[제8공화국] 겁없는 아이들 (9)
기사입력 1997년 04월 02일 14시 36분
계집애는 알몸공세를 펼치다가 제풀에 쓰러져 잠이 들었고, 신경이 곤두선 허실장은 침대에 걸터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 비디오가 거기서 튀어나왔지? 누가 무슨 방법으로 대통령 아들의 모습을 찍은거야.' 소파에 앉아 전화하는 모습이다. 두뇌회전 빠르기로 소문난 허실장도 도무지 추리가 안되었다.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 아들이다. 사채시장 바닥에도 대통령 아들의 권력이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소문이 나있지만 그런 소문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살아온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엄청난 사람이 옆에 와있다. 두렵기도 하고 흥분도 되었다. `저걸 어쩌지? 을 찾아가 솔직히 털어놓고 넘겨줘? 내용은 별게 아니니까…. 하지만 믿어주지 않으면 어쩌지? 저걸로 돈을 만들 방법은 없을까?' 한참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뒤에서 어깨를 낚아챘다. 허실장은 기겁을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술에 취해 쓰러졌던 여자다. "뭐해…. 자지 않고…. 나 오늘밤 그냥 재울거야?" "제길！ 지금 그게 생각날 형편인줄 알아?" "그만하고 자." "나 할 일이 좀 있으니까. 알았지?" "알았어. 그럼 새벽에 한번…." 여자가 다시 쓰러졌다. 벌써 새벽 3시가 되었다. 그러나 한번 곤두선 신경은 도무지 꺼질줄 몰랐다. 어떻게 그런 테이프가 굴러다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박정태는 돈이 되는 일이 아니면 옆에서 사람이 죽어도 눈하나 깜빡할 사람이 아니고, 3년전부터 데리고 다니는 보디가드 아이들도 돈과 술과 계집 밖에는 아는게 없다. 결국 이 테이프는 허실장 자신의 몫일 수밖에 없다. "좋다. 정면승부다. 측근을 찾아가 넘겨주자. 솔직히 털어놓으면 인정할거다. 어쩌면 이 테이프는 그 쪽에서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두시간 만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충남 서산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차영일이 빌려간 사채는 곧 해결날 것이다. 그의 아버지 차회장이 갚던가 서산 공장을 빼앗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문제의 테이프는 주인을 찾아 돌려주면 그만이다. 그러면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마음이 가벼워지자 그때서야 헝클어진 머리로 침대에 누워 잠든 여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몸 속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열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 긴장을 먼저 풀자. 그리고 내일 다시 생각하자.' 긴장을 푸는데는 술과 계집이 최고다. 그는 옷을 벗고 찬물로 샤워를 한 다음 침대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끙…. 남자의 살내음을 느꼈는지 여자가 몸을 뒤채며 덤벼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