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채] 2년 열정쏟은 작품끝나 시원섭섭
기사입력 1997년 04월 01일 14시 53분
"이젠 `임꺽정'을 잊어버려야죠." 지난달 29일 탄현스튜디오에서 `임꺽정'의 마지막 촬영을 마친 탤런트 정흥채는 이렇게 역설적인 표현으로 허탈한 마음을 드러냈다. 금싸라기같은 청춘의 2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이 끝났다는 사실이 도저히 실감나지 않았던 것이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소홀했던 학교( 연극대학원 영상예술학과)를 열심히 다니면서 당분간 푹 쉴 생각입니다. 드라마를 위해 일부러 불렸던 체중도 이제는 좀 빼야죠." 연극무대를 떠돌다 김한영PD에 눈에 들어 임꺽정에 캐스팅된 때가 지난 95년 4월. 그해 가을부터 촬영에 들어가 철원, 전라도 장흥 등 전국을 누비며 마치 임꺽정으로 다시 태어난듯 칼을 휘두르고 소리를 질렀다. "임꺽정에 대한 애정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제는 잊어야죠. 새로운 모습, 새로운 연기로 다시 팬들앞에 서기 위해서 말입니다." 정흥채는 타고난 몸집과 빼어난 무술실력, 선굵은 연기로 조선시대의 의적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텁수룩한 턱수염을 붙이고 "이놈들, 내가 임꺽정이다"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탐관오리들을 혼내주는 장면은 보는 이를 정말 통쾌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수염을 떼야 한다. `정흥채'보다 `임꺽정'으로 먼저 다가왔던 그가 이제는 `연기자 정흥채'로서 제2의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아직 후속작품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인생의 깊이를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는게 정흥채의 희망이다. 정흥채는 `도전 지구탐험대'의 촬영차 오는 14일 남태평양의 낙원 타히티로 떠났다가 23일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