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임선근 8단 ●정대상 7단
기사입력 1997년 04월 01일 14시 50분
제9보(208∼245)＝유창혁 9단도 원래 대단한 속기파다.
현재 ` 바둑왕전'과 ` 연승바둑최강전'의 타이틀을 갖고 있으며 그간 속기전에서 무려 5번이나 준우승한 관록이 그것을 입증한다.
최근 그의 바둑을 보노라면 스스로 놀라운 변신을 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속기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일감에 손이 나가는 버릇이 없어졌다.
손이 먼저 나갈 듯하다가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신중함을 익힌 것이다.
그의 최대 약점이었던 `덜컥수'를 그 신중함으로 인해 요즘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또한 종반 죄어가는 힘이 매우 강해진 것.
끝내기의 달인 이창호 9단도 최근 유 9단에 종반 이후 역전당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을 정도.
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정 7단과 같은 속기파들이 더욱 더 성적을 내기 위해선 `유창혁의 변신'을 본받아야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속기파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백 12는 반상최대.
그러나 이 수가 패착이 되었다.
그것을 두기 전에 필히 해두어야할 수순이 있었다.
그것이 백 1, 3. 이 수순을 해두면 나중 백 5∼11까지 끝내기가 보장된다. 넉집반이 강한 끝내기다.
만약 백이 1, 3을 선수한 뒤 실전과 같은 끝내기가 이뤄졌다면 나중 흑 45(넉집짜리)와 백 5∼11의 끝내기가 맞보기로 남는 셈이다.
이 판은 흑 45가 마지막 남은 큰 끝내기가 되었고 그후는 1∼2집짜리 끝내기밖에 없어 승부가 결정난 것.
백이 방심한 것은 흑 13에 끊기더라도 18까지 빅이 된다고 단순히 생각한 것인데 흑 19∼25까지 선수로 죄어붙이니 의 넉집이 그냥 날아간 모습. 참으로 아까운 순간이었다.
22＝19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