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컵] 애타는 1승
기사입력 1997년 03월 30일 14시 54분
`1승아 그립다.' 97아디다스컵 프로축구 3게임서 내리 무승부를 기록한 삼성 김 호 감독（53）과 전남 허정무 감독（44）은 요즘 소화불량에 걸린듯한 느낌이다. 첫승 신고가 늦어지면서 팀의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두팀은 전력상 벌써 1승을 거뒀어야 하기에 조바심이 더하다. 삼성은 올시즌 명실상부한 우승 후보이고, 전남은 선두그룹의 향배를 좌우할 복병으로 꼽히는 팀이다. 삼성은 신생 대전과의 2차전, 전남은 전북과의 개막전이 1승의 호기였으나 이를 놓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94미국월드컵서 대표팀의 감독과 수석코치로 한국축구의 저력을 떨쳤던 삼성 김감독과 전남 허감독은 일단 전술운용능력에서는 국내 1인자들이다. 때문에 두팀의 무승행진은 감독의 지도력 문제라기 보다는 팀내 사정에 원인이 있다. 삼성은 박건하 조현두 등 4명의 대표선수들이 두달 동안 팀을 떠나있다가 합류하면서 조직력에 균열이 생겼고, 작년 현대와의 챔피언결정전서 퇴장 당한 윤성효와 신성환이 2게임을 빠지면서 수비에 허점이 노출됐다. 여기에 작년 삼성에 후기리그 우승을 내준 기존팀들의 견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전남은 김봉길 임재선 등 골게터들의 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9일 포항전서 우세한 경기를 해놓고도 경기를 뒤집지 못한 이유도 이들이 찬스에서 골감각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남은 특히 취약포지션인 스트라이커와 사이드어태커, 스토퍼 등을 용병으로 채우려다 정부의 외화절약 방침으로 발이 묶여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삼성은 내달 2일 LG와, 전남은 현대와 각각 원정경기를 치른다. LG의 박병주 감독은 삼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현대는 당초 중위권으로 꼽히다 최근 우승후보로 평가절상된 팀이다. 김 호, 허정무 두 감독의 시름이 깊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