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경주마 무더기 자격박탈 '날벼락'
기사입력 1997년 03월 29일 17시 19분
마사회가 경주마에 대한 사정에 나서 마주와 조교사 등이 반발하고 있다. 29일 경마계에 따르면 최근 경마부정 사건과 관련, 기수들에 대해 무더기 중징계를 내린 마사회가 이번에는 건강진단을 빌미로 경주마의 마체검사를 실시한뒤 출전자격을 마구 박탈하고 있다. 지난주 일요경마 제3경주에 출전했던 `하이크라스'는 왼쪽 앞다리 질병을 이유로 4개월간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지난 15일 제6경주에 출전한 `보길도'는 경주부적격마로 판정, 폐마조치됐다. 마사회가 이달들어 건강을 문제삼아 강제 은퇴시키거나 출전정지 처분한 말이 무려 21마리에 달한다. 이는 지난 1월 1마리, 2월 8마리에 비하면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사람들이 저지른 경마범죄로 애꿎은 경주마들이 날벼락을 맞고 있는 셈이다. 경주마에 대한 마체검사는 경주 출전 전후로 구분, 사전검사는 수의사들이 판단, 실시하고 사후검사는 경주장면을 낱낱이 지켜본 재결위원（심판）들이 지정, 수의사들에게 의뢰해 실시하는게 관례로 돼 있다. 그러나 이달들어서는 수의사들이 사후검사 대상까지 직접 지정하고 나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마주와 조교사들은 "경주마는 운동질환이 생길 수 밖에 없으며 특히 외국산마는 몸에 이상이 생겨 방목된 말 가운데서 수입해오기 때문에 거의가 질병을 갖고 있다"며 "마사회가 사전 예고도 없이 출전마를 대상으로 무차별 마체검사를 한뒤 최소 2∼4개월간 출전정지 처분을 내리고 있어 이제는 경주에 출전시키기가 두렵다"며 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30일 일요경마의 경우 외국산마의 출전신청이 101마리에 불과했다. 마사회는 이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외국산마 10개 경주, 국산마 1개 경주로 편성하지 못하고 외국산마 9개 경주, 국산마 2개 경주로 꿰맞췄다. 마사회는 이에 대해 "말을 보호, 경주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마체검사를 강화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마주와 조교사들은 "경주에서 우승한 말을 대상으로 검사해도 출전정지 처분을 받을 말이 수두룩하게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경주마가 부적격 판정을 받을 경우 마주는 말값을 고스란히 손해본채 폐마시켜야 하며 출전정지 처분을 받으면 아무런 소득도 없이 매달 51만원이나 되는 하숙비만 물면서 정지가 풀릴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