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느림보 투수' 성준 '15초룰 신경쓰이네'
기사입력 1997년 03월 29일 16시 40분
"너 어떡하냐?" 삼성 왼손 성 준（35．사진）은 요즘 만나는 심판들마다 똑같은 질문을 듣는다. 올해부터 새로생긴 15초 촉진룰 때문이다. 성 준은 포수와 사인 한번만 어긋나도 15초가 걸린다는 한국 최고의 느림보 투수. 투구 인터벌 뿐 아니라 행동도 느리다. 바둑 한 수 두는데 보통 1시간. 지난 86년 입단이후 12년째 팀내 바둑 1위를 굳건히 지키는 것도 상대가 모두 도중에 지쳐 돌을 던지기 때문이다. 대구 경산 훈련장의 식당 아주머니들도 어지간히 늦은 성 준이 밥을 먹은 것을 확인한 후 비로소 테이블 정리를 시작한다. 이런 성 준이기에 주자가 없을 때 15초 이내에 공을 던져야 하는 촉진룰에 강한 불만을 터트리는 것은 당연한 일. "세계 어디에도 없는 룰"이라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단다. 하지만 정해진 규칙은 따라야 하는 법. 성 준은 저항을 포기하고 적응에 들어갔다. 마운드에서 한 템포 빨리 던지는 것은 물론 구장 밖에서의 평소 행동도 가급적 `퀵 모션'으로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피눈물나는 노력끝에 1차 시험대는 무사히 통과했다. 지난 26일 대구 한화전에 선발로 나와 3이닝동안 49개의 공을 던졌으나 촉진룰에 걸린 경우는 하나도 없었던 것. "가까스로 참았다"는게 등판소감이었다. 성 준이 자신의 표현처럼 `25년 야구인생의 최대위기'를 어떻게 헤쳐갈지 궁금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