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인사말로 아는 직업 구별법
기사입력 1997년 03월 29일 16시 16분
인사. 이 말처럼 묘한 뜻을 담고 있는 말도 없는 것같다. 이 인사가 얼마나 중요했으면 `인사가 만사'라고 까지 했을까. 서로에게 꾸벅하는 절인 그 인사도 중요하고, 사람의 자리를 말하는 그 인사도 중요하며, 조용히 찾아가 인사를 한번 하겠느니 그 친구는 인사도 모르느니 하는 뒤로 주는 `금품'도 인사라 하지 않는가. 요즘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나 그 사람 우연히 동창회장에서 인사를 한번 나눈 것밖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 그러나 그 주장도 사실은 그 사람을 모른다는 말이 되지 않는다. 생각해 봐라. 하룻밤(대략 7시간)에 만리장성을 쌓는다 했거늘 한 십분 만나서 인사를 했다해도 백리장성은 넉넉히 쌓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사실 한번 인사만으로도 서로를 확연히 알 수 있게 된다. 오늘도 여러분은 누구누구랑 만나서 인사를 나눴을 것이다. 그 인사에서 그 사람의 성격은 물론, 심지어는 직업 또는 나에 대한 호감도 등도 바로 알게 되지 않던가. 첫 인사말도 얼마나 깊숙한 진전을 이루는지 보자. ☞ `전에 어디선가 한번쯤 뵈었던 것처럼 친밀감이 드는군요！'－시치미를 잘 떼고 알랑방귀를 잘 뀌는 사람으로 보면 된다. ☞ `당신이 여기서 날 만나는 걸 누가 압니까?'－비밀을 좋아하는 사람. ☞ `나한테 조용히 한번 들르세요. 뒤를 확실히 밀어 드릴테니까.'－때밀이. ☞ `자. 우리 까 놓고 이야기 합시다'－박모씨같은 비뇨기과 의사. ☞ `아이구！ 이 거 벗고 있으면 금방 알아 봤을텐데 옷을 입구 있으니 잘 몰랐어요.'－지난 여름 해수욕장에서 만난 남녀의 모처럼만의 해후 인사. ☞ `인생사 회자정리라 했지요. 이렇게 지금은 기쁘게 만났지만 언젠가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 군요！ 흑흑！'－사서 고민하길 취미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 ☞ `당신같은 사람을 만난 수 있다니 지금 당장 캭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오버하는 사람. ☞ `아, 집이 그 쪽이라구요? 갈 때 제 차로 모셔다 드리지요.'－애프터서비스맨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엉큼한 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