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보화백] 묘법(描法) 30년 처음같은 신선함
기사입력 1997년 03월 29일 16시 14분
"벌써 30년이 됐군요. 비록 작품명은 같은 `묘법(描法)'시리즈지만 그 속에는 무한대의 변화가 내재해 있습니다."
한국현대미술의 거목 박서보화백(66)이 최근작 `묘법'시리즈로 개인전을 갖는다.
4월 1일부터 15일까지 (734_8215)에서 선보일 작품들은 지난해 정년퇴임을 전후로 전념해온 100∼500호 크기의 신작 20여점.
예년보다 한층 간결해지고 길게 뻗어나는 행위의 반복이 특징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일부에서는 `몇십년간 작품 변화가 거의 없어 지루하다'는 반응도 보이지만, 평론가 씨는 "`묘법'에는 `회화란 무엇인가'하는 자기 검증적 요소가 있어 신선한 감각을 살리고 있다"라고 평가한다.
또 "하나의 일관된 띠속에서 새로운 사고의 추이, 방법의 시도가 끊임없이 곁들여진 것"이라고 설명.
"내 스스로 `묘법'에 싫증날 때를 대비해 가로선 긋기 연습을 하고 있다"는 박씨는, `묘법' 시리즈를 수행하듯 그리다 보니 `사람도 많이 부드러워지고 좋아졌다'는 말을 듣는다며 웃었다.
한국 모노크롬회화의 대표작으로 기록될 `묘법'시리즈의 탄생동기는 뭘까. 박씨는 그 공을 자신의 둘째 자녀에게 돌린다.
66년 대학을 개혁하려다 국전세력 교수들에 의해 홍대에서 쫓겨나 3년간 휴지기를 가졌을 당시,
`서양무기로 서양애들과 대결해봐야 승산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그는 어린 자식이 형을 흉내내 공책에 뭔가 적다가 `체념'하는 모습을 보고 `묘법'의 모티브를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그의 묘법시리즈는 캔버스 위에 물에 불린 한지를 10여회 바른후 마를때쯤 아크릴 물감을 바르고 그위에 굵은 연필심으로 선긋기를 수백번. 행위의 반복속에 `묘법'이 탄생한다.
지난해 파리 FIAC(국제현대미술견본시)에서 세계 18개 화랑에서 그를 탐낼 정도로 국제적 인기를 모았던 그는, 올 9월 세계적 권위의 미국 에이스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또 `박서보 기념관'으로 쓰일 150평 크기, 천장 높이 8m인 현대적 양식의 작업실 오픈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