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결혼식] 10m 바닷속서 백년가약
기사입력 1997년 03월 28일 15시 59분
"예식장은 용궁 예식장, 예물은 조개 껍데기…." 노래 가사에나 있을 법한 수중 결혼식이 다음달 5일 경북 경주시 감포 앞바다에서 `실제상황'으로 펼쳐진다. 신랑－신부는 광고대행사 (주)파나인터내쇼날의 최석구 차장(42)과 부산 동삼여중 영어교사 정일지씨(30). 스쿠버다이빙을 인연으로 맺어진 이들 커플은 이날 낮 12시 깊이 10m 바닷속에서 50여명의 스쿠버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년가약을 맺는다. 신랑과 신부는 각각 흑－백색의 잠수복으로 연미복이나 웨딩드레스를 대신하고 신부의 부케는 바닷속 미역뿌리와 해초 등으로 꾸밀 예정. 주례나 사회자, 하객 역시 잠수복은 물론 산소통을 멘 채 25분 가량 물속에 머물며 결혼식을 진행하고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점을 감안, 신부는 신랑이 메고 있는 산소통에 대롱을 연결해 호흡을 하게 된다. 물론 식장이 바닷속인 관계로 사회자의 안내나 주례사는 미리 표지판에 적어 순서에 따라 참석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성혼서약서에 대한 신랑신부 동의도 사인으로 대신한다고. 식장도 해초장식의 철제 아치를 세우고 하객들이 편히 앉아 있을 수 있도록 4인용 벤치 10여개를 설치할 예정이며 사진이나 비디오 기념촬영은 물론, 동료다이버들이 물고기들과 함께 군무를 펼치는 축하공연도 계획되고 있다. 결혼식이 끝난 뒤 육상에서는 결혼식 녹화테이프를 TV모니터로 보여주는 가운데 인근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피로연이 펼쳐지고 수상에서는 스피드 보트 및 제트스키, 핀수영 등의 부대행사도 펼쳐져 축제분위기를 돋우게 된다. 수중에서는 또 불가사리와 오물을 제거하는 환경보호 캠페인도 벌일 계획. 이렇듯 일반 예식장에서의 결혼식을 방불케 하는 수중결혼식이 펼쳐지는 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일로 국내에서는 몇년전 바닷속에서 예물을 교환하는 정도의 수중결혼식이 진행된 바 있다. 신랑 최씨는 "바다를 사랑하는 남녀가 바다를 인연으로 만나 바닷속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냐"며 "우리의 사랑을 더욱 돈독히 하는 것은 물론,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의미에서 수중결혼식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수중결혼식장은 부산의 `오대양 스쿠바다이빙클럽' 회원인 이들 커플이 지난 94년 봄 처음으로 야간다이빙을 나가 `고래 아가씨 코끼리 아저씨 보고 첫눈에 반해 스리 살짝 윙크했대요'라는 노래 가사처럼 서로의 사랑을 처음으로 확인했던 곳으로 스쿠버인들 사이에서는 물맑고 바닷속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