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형제의 반란 (4)
기사입력 1997년 03월 28일 15시 48분
아무리 호구와 호식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호걸을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쿠데타가 언제나 그렇듯이 성공을 하면 모든 영광을 누리게 되지만 만의 하나 실패를 하면 죽음 아니면 죽음만도 못한 비참한 최후가 있을 뿐이다. 호구와 호식이 주저하는 것도 바로 비참한 최후 때문이다. 호구와 호식은 비록 지금은 형 호걸에 대한 불만에 가득차 있지만 그래도 호랑이 공화국에서는 기득권층에 속한다. 호걸이 방해를 하지만 아직까지는 암컷들과 만나 성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특권도 있다. 그러나 쿠데타에 실패한다면 말 그대로 동냥 얻으러 갔다가 쪽박조차 깨는 신세가 되는 셈이다. 게다가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한 호걸에게 피범벅이 될 만큼 얻어터질 게 뻔했다. 오히려 목숨만 부지해도 다행인 셈이다. 호구와 호식이 쿠데타에 대한 필요성만 깨달았지 쿠데타 결행을 위한 결심이나 구체적인 방법조차 모색하지 못한 채 시간은 자꾸 흘러갔다. 날이 갈수록 호걸의 암컷에 대한 횡포는 더욱 심해갔다. 호구와 호식 등 동생은 물론 다른 어떤 수컷들도 암컷과 놀지 못하도록 했다. 사파리의 암호랑이는 7마리지만 그 가운데 발정기를 맞은 암컷이 언제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개 20일마다 발정기가 찾아오고, 한번 발정기가 되면 평균 4일씩 계속돼 산술적으로는 사파리 암컷 가운데 적어도 한마리쯤은 발정기를 맞도록 돼 있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사육사들이 호랑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산아제한을 하기 때문이다. 피임을 위해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흔한 것은 발정기를 맞은 암컷을 아파트에 감금시켜 수컷과 만날 기회를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사육사들은 싸움을 말리는 평화유지군 역할도 하지만 발정기를 맞은 암컷을 찾아 격리시키기 위해 유심히 살피는 사감 노릇도 한다. 발정기의 암컷은 생식기가 밖으로 불룩 튀어나오며 때로는 수컷을 찾아가 대놓고 문지르기도 해 조금만 살피면 찾기 쉬운 편이다. 호걸이 강간에 맛을 들인 것도 발정기를 맞은 암컷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다른 호랑이들에게 암컷을 양보할 여유도 없었던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