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옥상] '역사' 주제 근작전
기사입력 1997년 03월 27일 15시 15분
80년대 민중미술운동의 선두주자였던 임옥상씨(47)가 민중을 향해 '역사의 징검다리'를 놓았다. 그 현장은 종로구 관훈동 가나화랑(733-4545).
임씨의 이번 개인전은 전시장애 한쪽 방 가득 물을 받고 그 아래 38선 철책을 연상시키는 철조망덩어리로 된 징검다리를 설치, 관람객들이 빠지지 않기 위해 발을 찌를 듯한 철조망을 밟고 역사의 바다를 건너도록 하는 독특한 관람 체험을 안겨준다.
95년 '일어서는 땅'전에 이어 2년만에 갖는 이 전시회에는 정치와 사회현실을 예리하게 비판한 근작들이 눈에 띈다. 아크릴릭, 종이부조, 컴퓨터, 물, 철조망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이 동원됐다.
또 출품작들이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고 하나의 대형 작품으로 구성된 것도 특이한 점.
전시장 왼쪽방에는 현 정권을 강도높게 비난한 연재작 '보안-안보' '문민시리즈 제1탄' 그리고 '일출' '우리 시대의 풍경' 등 사회 현실에 대한 인식을 요구하는 작품들이 걸려 있다.
그 옆으로 발길을 옮기면 명상에 잠긴 민중의 얼굴 27개를 전통 오방색의 음각 부조작품으로 내걸고 민중의 기원과 기대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저는 일반관객과 '역사'를 화두로 만나고 싶습니다. '역사'라는 무겁고 힘든 주제에 관객이 쉽게 다가가도록 저는 징검다리를 놓고 싶은 것이지요."
사회성이 강하면서도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임씨는 다음달 4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이후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10일부터 5월 22일까지 뉴욕 얼터너티부미술관에서 국내작가로는 처음으로 초대전을 갖는다.
50m길이의 현대사를 중심으로 최근작까지 20여점이 출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