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낮말은 CCTV 밤말은 '몰카'
기사입력 1997년 03월 27일 15시 13분
한때 개그맨 진행의 `몰카'가 왕인기를 누린 적이 있었는데…. 그 몰카가 다시 부활해 예전 이상의 화제가 되고 있다. 아참, 그런데 몰카가 무슨 차냐구? 몰카는 무슨 신형 자동차가 아니고 `몰래 카메라'를 말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몰카를 이용한 작품만을 찍는 `파파라초'라는 이름의 직업이 있을 정도다. 89년 한 주간지에 실린 여류명사의 스커트 속 풍경 사진, 91년 아직은 왕세자비였던 다이애나가 이탈리아의 한 섬에서 거의 벗은 차림으로 일광욕을 하던 장면, 92년 미국의 무지무지하고 겁나게 돈 많은 사람(간단히 말해 백만장자)이 역시 옷을 상당히 생략한 차림으로 있는 피거슨 왕자비의 발가락을 입으로 마사지하는(상스러운 표현으로는 핥는) 선정적인 사진들이 모두 유명 몰카들의 솜씨였다.
그러나 그것들도 우리나라의 한 비뇨기과 의사의 몰카 작품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몰카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대개 왕실의 사람인 점은 우리나라 작품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외국 몰카 작품은 연예란 정도에 등장해서 호사가들의 입에 잠시 오르내리고 말았지만, 한국 닥터 P의 작품은 이 나라 정치를 들었다 놨다 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 나라 백성들 사이에선 `낮말은 CCTV가 듣고 밤말은 도청기가 듣는다'는 새속담이 생겼을 정도며 사람들은 변기가 아닌 곳에선 차라리 바지에 쌀망정 함부로 `쉬야'를 하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은밀한 대화(예:부장 몰래 점심 먹으러 가자는 등)도 모두 필담으로 나누고 있다.
왜? 몰래 녹화되어 신문에 나거나 녹음되어 방송에 나갈까 겁나서.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같은 예의지국에서 있었던 사건이 아니다. 일본만해도 비디오방 같은 곳에서 약간의 돈을 내면 직접 S가 치러지는 장면을 보는 곳이 있단다. 한 띨띨한 사나이는 `직접 S를 해도 비용이 비디오 구경하는 것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는 메뉴판의 글을 보고 이른바 `실연'을 한 것이다. 방금 봤던 것을 염가에 `실습'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데 문제는 나중에 생겼다. 여러 관객들이 침을 흘리고 킬킬거리며 보고 있는 작품을 봤더니 아, 거기에 바로 `내'가 출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치렀던 실습이 몰래카메라에 녹화돼 다른 사람의 구경 작품으로 상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교훈, 비용이 까닭없이 싼 것은 경계를 할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