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시티폰 헌팅족 등장
기사입력 1997년 03월 27일 15시 08분
"나는 시티폰이다."
지난 20일부터 상용서비스에 들어간 이후 1주일만에 가입자수가 8만여명에 이르는 등 폭발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시티폰이 젊은이들의 사랑을 찾는 매개체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발신전용의 무선전화기인 `시티폰'을 이용, 시내 곳곳의 공중전화 옆에서 서성거리며 풋사랑상대를 물색하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
26일 오후 7시 이대전철역 4거리 부근 공중전화부스앞.
마르샤와 그랜저 승용차에 기댄 채 시티폰을 들고 전화통화를 하던 2명의 젊은이중 하나가 바로 옆 공중전화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한 젊은 여성에게 시티폰을 건넸다.
이 여성은 고맙다는 듯이 시티폰을 받아 전화를 걸더니 조금 후 함께 마르샤 승용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났다.
이런 광경은 대학가는 물론 의 압구정동, 홍대앞 등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공중전화부스 주위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고 있다.
이진호군（20．D대 2년）은 "시티폰을 장만한 다음엔 나이트클럽이나 카페에 가서 부킹을 하지 않고 공중전화부스로 본거지를 옮겼다"면서 "용돈도 궁한 요즘 시티폰 헌팅은 비싼 술값 걱정을 할 필요 없이 잠시 바람만 쐬면 되어 좋다"고 말했다.
이런 시티폰 헌팅족들의 예상치 못했던 호의에 당혹, 거부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고마운 마음으로 시티폰을 이용한 뒤 흔쾌히 `2차'에 따라 나선다는 것.
조민아양（20．Y대 1년）은 "학교앞에서 공중전화를 걸러 가면 시티폰을 든 남자들이 한두명쯤 서 있는 게 보통"이라며 "시티폰을 건네면 일단 전화를 걸어 일을 보는데 그 남자의 프로포즈에 응하고 안하고는 나중 문제"라고 말했다.
친구들 가운데는 함께 놀러 갈 파트너가 필요할 땐 시티폰을 든 채 공중전화앞에서 어슬렁거리는 남자에게 다가가 `동전이 없다'며 접근하는 경우도 꽤 있다는 게 조양의 얘기.
이런 시티폰 헌팅족들은 대로변 공중전화부스 옆에 차량을 세워둔 채 데이트상대 물색에 나서 교통혼잡을 가중시키는 `주범'으로 빈축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게 사실.
강남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주차단속을 하고 있는 최민수씨（22）는 "주차위반 스티커를 붙이려 해도 운전자가 바로 차량 옆에 있기 때문에 어렵다"며
"더욱이 `시티폰이기 때문에 중계기가 설치된 공중전화기 가까이서 전화를 해야 한다'는 항변에는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난감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