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원] LG전 시범경기 첫 소방수
기사입력 1997년 03월 27일 15시 02분
`잠실벌 공습경보.' `인천 소방서장' 현대 정명원（31）이 원정 화재 진압에 나선다. 겨우내 닦고 조이고 기름친 소방도구를 챙겨 들고 28일 LG와의 시범경기 2차전에 구원으로 첫선을 보이는 것. 작년 한국시리즈 이후 5개월만에 마운드에 올라 1∼2이닝 동안 실전 점검을 마칠 작정이다. 시범경기라 별다른 부담은 없지만 상대가 LG라는 말에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작년까지 LG는 정명원의 `천적'. LG와의 경기에 11번 등판해 2승 3세이브를 따내는 동안 무려 3패나 당했다. 작년에 당한 5패（8승 26세이브）중 60％에 해당한다. 마무리 투수가 어느 구단에 특히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아무리 시범경기라고 해도 정명원이 칼을 갈고 있는 것은 뻔한 이치다. 선수단 휴식일이었던 지난 24일에도 2군 훈련에 자발적으로 동참해 공을 던져댈 정도로 열이 올랐다. 올시즌 첫 등판을 앞둔 정명원의 전술은 `허허실실'이다. 불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힘으로 밀어 붙였던 이전과는 다르게 철저한 심리전으로 타자들을 요리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전지훈련 기간 내내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한 `마인드 컨트롤'에 전력을 기울였다. 한때 속을 썩였던 알레르기도 이제는 완치 단계에 이르러 몸과 마음이 다 가뿐하다. 투수왕국 현대를 지켜나가는 든든한 맏형인 정명원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