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동거부부 무료 결혼식 '노총각 해결사'
기사입력 1997년 03월 26일 15시 57분
`현재 전적 5천쌍, 목표는 1만쌍.'
노총각이 2000년까지 동거 부부 1만쌍을 무료로 혼인시켜 주겠다고 나섰다.
전국합동결혼식추진운동연합회 회장 이상윤씨（40）는 지난 16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동거부부 20쌍에게 무료합동결혼식을 치러준 것을 비롯, 지금까지 혼례를 치르지 못한 동거부부 5천쌍의 소원을 풀어줬다.
오는 4월5일부터 5월말까지는 보라매공원과 올림픽공원 등지에서 객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역별 유적지 모형물을 설치, 고향의 정취를 느끼며 혼례를 치르는 팔도결혼마당을 마련할 예정.
그는 이 행사 기간중에도 2차례 무료합동결혼의 장을 마련해 수백쌍의 `실적'을 추가한다는 구상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웨딩이벤트사업으로 쌓아온 노하우를 십분 발휘한다면 목표량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그가 남의 잔칫상 차리는데 열 올리는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웨딩이벤트업체를 차린지 1년여만인 지난 88년 3월 처음으로 불우한 동거부부 230쌍의 무료 합동결혼식을 주선, 주례를 정치인으로 정했는데 때마침 선거철이라 `선거운동'이라는 거센 반발로 행사가 무산됐다.
"협찬업체가 손을 떼는 바람에 쫄딱 망하고 결혼을 약속했던 애인마저 제곁을 떠났죠. 제가 입은 피해보다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무산된 동거부부들의 마음의 상처가 더욱 클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들에게 빚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동거부부들의 혼례를 치러주기로 작정했습니다."
22세 신세대부부부터 88세 노부부까지 눈물을 글썽이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이 일에서 손을 뗄 수가 없단다.
"행사를 치를때마다 겪는 고생을 생각하면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아요. 몇백쌍씩 결혼하는데 한번 상상을 해보세요. 제아무리 꼼꼼하게 챙긴다 해도 장갑 한켤레가 모자라거나 귀고리 한짝이 없는 경우가 발생하거든요."
정부가 불우한 사람들의 혼례를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하는 만큼 개인이라도 나서야 하지 않겠냐는게 그의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