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재] 호랑이굴 잘왔어
기사입력 1997년 03월 26일 15시 53분
만년 `벤치워머' （30）가 이적팀 해태에서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작년말 LG에서 트레이드된 뒤 막강 해태 외야라인의 좌익수 자리를 사실상 낙점받은 것. 화려한 국가대표 생활을 거쳐 지난 89년 프로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물경 9년만에 차지하는 주전자리다. 시범경기 3경기에서 선발 2번타자로 출전한 는 25일 현재 정확한 타격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10타수 3안타를 마크하고 있다. 타고난 파워에 성실함까지 겸비, 일찌감치 대성할 선수로 주목받았으나 LG시절엔 주전경쟁에서 밀려 기량을 마음껏 펼쳐보지 못했다. 가끔 대타로 나가는 것이 고작으로 지난 91년 95경기가 가장 많이 출전한 기록이다. 해태에 트레이드된 뒤에도 의 주전쟁탈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기존의 에 거물신인 장석희 김창희와의 힘겨루기였다.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는 야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혹독한 훈련을 치러냈다. 이미 고참대열에 올라선 나이지만 대충 훈련을 때우거나 뒷선으로 물러날 처지가 아니었다. 당시 는 입에서 단내를 푹푹 내품으면서도 "반드시 내가 살아있단 사실을 입증해 보이고 말겠다"고 어금니를 물었었다. 자존심 강한 해태 선수들 사이에서도 "서울출신 답지 않게 겸손하고 친화력이 매우 강하다"는 칭찬이 자자하다. 감독도 "장,단타를 겸비한 가 2번이나 6번을 맡아주면 타선의 중량감이 더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