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원 부도] 출판계 연쇄피해 우려
기사입력 1997년 03월 26일 15시 50분
국내 최대의 단행본 출판사인 고려원이 최근 부도를 내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가운데, 출판계에서는 "씨와 재일교포 소설가 유미리씨가 `부도의 나쁜 징조'로 작용한 것 아니냐"며 수근거려 눈길을 끌고 있다. 고려원은 지난 95년 8월 현철씨의 자서전 `하고 싶은 얘기, 듣고 싶은 얘기'를 출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279쪽 분량의 6천500원 짜리 책. 그런데 이 책이 최근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한보그룹 창고에서 1만여부나 발견되자 고려원은 구설수에 올랐고 이미지에도 상처를 입었다. 출판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보사태로 은행대출이 냉각돼 고려원 역시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자금 마련이 힘들어졌고, 결국 부도를 앞당긴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현철씨가 결국 부도의 원인(遠因)이었다는 얘기. 유미리씨와 관련된 풍문은 `희극적'이기까지 하다. 유씨는 지난 19일 방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내게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언제나 함께 일어난다"는 아리송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얼마 뒤 고려원은 부도사태를 맞았다. 이를 두고 출판계에서는 "유씨가 말했던 `좋은 일'은 고려원이 자신의 작품 `풀하우스' 등을 출간해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준 것이고, `나쁜 일'은 그 고려원이 부도가 난 것"이라고 `해석'한다. 호사가들이 유씨의 `좋은 일, 나쁜 일' 운운을 두고 "말이 씨가 된 것 아니냐"고 `분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간의 얘기들은 앞뒤로 꿰맞춰본 것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한편 지난 22일 기업은행 서울 인사동 지점에 돌아온 어음 10억2천만원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낸 고려원은 연간 단행본 출판규모가 270여종에 매출액이 200억원대에 이를 만큼 출판계의 공룡이었다. 78년 설립된 이래 최근까지 발간한 책이 무려 2천700여종. 그러나 지난 수년간 외국어 어학교재에 거액의 자금을 쏟아부은데다 과중한 광고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결국 불행을 자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