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겁없는 아이들 (2)
기사입력 1997년 03월 26일 14시 45분
강남 최고급 룸살롱 황태자. 주로 재벌 2세들이나 정계 거물급 자제들, 젊은 변호사와 닥터들이 즐겨 찾는 술집. 그래서 훤칠한 키에 탱탱한 젖가슴과 뇌쇄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여인들이 `한탕'의 기회를 노리며 몰려드는 곳이다. 제일무역 차회장의 아들을 노리는 사내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이 새끼들이 우리 회장님을 우습게 봐?" 야구방망이와 회칼로 무장한 다섯명의 사내들이 계단을 밟고 내려가 특실 문앞에 멈춰섰고, 질겁을 한 종업원들이 밖으로 튀어나갔다. 덜컥！ 문이 열렸다. 담배연기와 술내음으로 가득한 홀에 다섯명의 남자가 계집애들을 끌어안고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뭐야 이 새끼들！" 갑자기 나타난 사내들을 바라보며 누군가 고함을 질러댔다. "음 네가 차영일이구나. 이 새끼야, 너 우리 회장님더러 사기꾼이라고 떠들고 다닌다며." "그래. 사채놀이로 돈뜯어 먹는 놈이 사기꾼 아니고 뭐야." "그래. 어디 사기꾼 맛좀 봐라." "어…. 어." 채 말문도 열기 전에 사내들이 뛰어들었다. 무장한 사내들이 술취한 차영일 일행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욕지거리가 터지고 비명이 들려왔다. 누군가가 벽 스위치까지 내려 캄캄한 홀은 비명과 아우성 소리로 가득했다. "죽여！" "밟아." "♀새끼." 7∼8분. 짧은 시간의 난동으로 홀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고, 피와 신음소리로 가득했다. "튀자！" 누군가 다시 고함을 질러댔고 사내들은 우르르 밖으로 몰려 나갔다.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올라탄 이들은 성남 쪽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길 저쪽에 숨어 있던 벤츠의 사내가 긴장한 표정으로 이들을 지켜보다가 어둠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새끼들. 내 돈을 떼어 먹으려고…. 죽고 싶어 환장했지." "가시죠." 윙-. 벤츠의 엔진소리가 귀를 때렸고, 성능좋은 차는 중부에 올라 충주 수안보 산골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사채업자로 명동에서 알아주는 박정태 회장이다. 아버지의 가업을 성공적으로 이어받은 인물이다. "한 며칠 숨어 계시며 지켜 보자구요. 연락이 올겁니다." "알았어.…. 애들 대접은 충분히 해줬지. 섭섭하게 하면 안돼." "걱정 마십시오. 200만원씩 모두 천만원 주었으니까요. 나중에 한 100만원씩 더 주십시오." 벤츠는 곤지암을 지나 일죽 톨게이트를 향해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 시속 180㎞. 자정이 지난 를 달리던 벤츠가 속력을 줄여갔다. 인터체인지가 가까워 온 것이다. 벤츠의 사내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