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박병주감독 '데뷔무대 좀 봐줘' 간청

기사입력 1997년 03월 25일 16시 12분

◇…프로축구가 지난 22일 전국 5개 도시에서 일제히 개막되면서 모처럼 그라운드에 활기가 넘치고 있습니다. 특히 개막전 5경기 중 3경기가 무승부를 기록함으로써 불꽃튀는 승부를 예감케 했습니다. 그럼 지난주의 그라운드 주변 얘기들을 한번 들어볼까요. ◇…대우와 LG의 경기가 벌어진 창원에서는 양팀 감독간의 훈훈한 선후배 정이 화제가 됐답니다. 대우 이차만 감독이 경기 전날인 21일 저녁 LG선수단이 묵고 있던 창원호텔로 선배 박병주 감독을 찾아가 인사를 나눴지요. 이 자리에서 프로 데뷔전을 앞둔 박감독이 "좀 봐줘라"며 농담을 하자 8년만에 프로무대를 되밟은 이감독은 "형님, 나도 `컴백 쇼' 아닙니까"라며 오히려 봐달라고 `응석'을 부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그러나 정작 경기 당일 이감독은 한수 아래로 평가되던 LG가 예상외로 강한 면모를 보이자 적잖게 당황하더군요. 결과는 LG의 선취골에 이은 대우의 동점골로 1대1 무승부였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이번에는 LG가 `답방'의 예를 차렸는데 이춘석 코치가 대우 숙소인 캔버라호텔로 이차만 감독을 찾아가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남기고 상경해 선후배간의 훈훈한 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프로축구계가 축구발전기금 문제로 또 한차례 시끄러웠던 일도 있었지요. ◇…그렇습니다. 아디다스컵 개막을 불과 사흘 앞둔 지난 19일 프로연맹이 `회원자격 박탈'을 무기로 삼성에 발전기금 납부를 종용한 것은 사정이야 어떻든 모양새가 좋지는 않더군요. 게다가 삼성과 기존구단이 40억원씩 갹출키로 한 약속을 저버리고 연맹이 삼성에게만 매달려 돈을 요구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는 게 중론입니다. 삼성의 창단이 회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임을 감안하면 `언제는 들어오라고 사정사정 하더니 이젠 나갈테면 나가라는 식'이라는 삼성 관계자들의 항변도 충분히 수긍이 갑니다. ◇…참, `혹시나' 했던 대전 시티즌의 프로 데뷔전은 `역시나'로 끝나고 말았죠. 그런데 현대에 전반에만 4골을 허용한 뒤 후반들어 2골을 만회해 그나마 참패를 면한 것은 김기복 감독의 `훈계' 덕분이라면서요. ◇…네, 김감독은 하프타임때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향해 "너희들이 후반에도 전반에서와 같이 느슨하게 경기를 한다면 나는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감독직 사퇴의사를 천명했던 거죠. 김감독은 "도대체 신생팀 다운 패기가 없다"며 분전을 거듭 촉구했고, 선수들은 후반들어 전반과는 몰라보게 달라진 악착같은 플레이를 펼쳐 가능성을 보였답니다. 구단 관계자들은 경기후 선수들로부터 김감독이 한 말을 전해듣고 "오랜 지도자 경험에서 우러나온 고도의 정신요법"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다음에는 또 어떤 카드가 나올지 궁금해 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 일산의 가족들과 떨어져 대전에서 독신생활을 하고 있는 김기복 감독은 부인 김정지씨（50）와 20여분간 `침묵의 만남'을 가져 또한번 주위를 어리둥절케 했습니다. 김감독에게 사전 연락도 없이 한밭운동장을 찾은 부인 김씨는 경기 직후 구단버스를 에워싼 수백명의 팬들 때문에 마음을 졸이다 어렵게 김감독을 만났으나 김감독의 반응이 영 신통찮았던 거죠. 김감독은 버스로 올라온 아내에게 간단한 인삿말만 건넨 뒤 버스가 숙소인 경원관광호텔까지 가는 20여분 동안 침묵으로만 일관했던 겁니다. 데뷔전에서 너무 쉽게 허물어진데 따른 착잠함 때문이었겠죠. 그런데 김감독은 숙소에 도착한 뒤에도 선수들과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이유로 곧바로 아내를 돌려보내 선수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은 지난 21일 최만희 전 감독대행과 연봉 7천200만원에 정식으로 감독계약을 했습니다. 개막식 바로 전날 `대행'자를 떼줌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보길 원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정작 계약내용을 보면 결코 김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아니었습니다. 계약금 없이 연봉만 올려준 것이지요. 구단은 이전의 계약기간이 올해 말까지인만큼 계약금은 재계약을 할 때 지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명함만 감독으로 만들어 주고 대우는 아직도 감독대행인 셈이죠. 현대 다이노스로 구단명칭도 바꿔 이젠 명색이 진정한 현대식구로 자리잡은 이 이름에 걸맞지 않게 너무 얕은 수를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