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악바리 산처녀
기사입력 1997년 03월 25일 16시 05분
"이젠 백운대 정도는 `쌩'하고 날아올라 갈 수 있죠."
TV 드라마 `산'에 출연하다 보니 는 한국 여자 연기자로는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갔다. 걸어서 해발 5천m까지.
"처음엔 고민을 많이 했죠. 전 자리가 바뀌면 화장실도 잘 못갈 정도로 가리는게 많았어요. 추위도 많이 타고… 뭣보다 과연 내 체력으로 해낼 수 있을까 의심이 많이 갔죠."
9개월간의 하드 트레이닝을 거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 아직도 바람이 쌀쌀한 3월인데 반팔 차림. 웬만큼 걸어선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다.
`별은 내 가슴에'의 후속 미니시리즈로 5월부터 방영예정인 `산'은 3대를 걸쳐 내려오는 산악인 가문의 집념과 사랑 이야기. 70일에 걸쳐 촬영한 와 알프스 등정 장면이 하일라이트다.
홍리나 등 쟁쟁한 여자 연기자들이 출연하지만 정작 세계적인 명산에 오르는 것은 도봉산 산지기의 딸로 태어난 여류등반가 역할의 혼자. 덕분에 겪은 모진 고생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랑탕리륭의 5천m 고지까지 엉엉 울며 9시간을 걸어 올라간 것이 시작. 4천800m의 아마다블람에서 있었던 4박5일 촬영의 첫날밤은 희박한 산소 때문에 숨이 막혀 비명을 지르며 잠을 깨기도 했다.
팀원중 여자는 코디네이터와 단 둘뿐이라 얼기설기 돌로 가려놓은 `화장실'에서 몰래 볼일을 봤다. 세수는 10일에 한번, 목욕은 45일간의 네팔 체류기간중 단 2번.
물론 잊지 못할 기억도 너무나 많다. 특히 세계 최고봉 를 본 감동은 지금도 가슴을 뛰게 한다고.
"알프스의 산들이라면 `아름답다'고 얘기하겠죠. 는 달라요. 사람을 찍어 누르듯이 압도하면서 내려다 보거든요. 밤에는 만년설이 달빛에 반사돼 새파랗게 빛나는데 정말 무서울 정도였어요."
또 아마다블람에서는 "하늘에 빈 자리가 없이 꽉 찬" 별을 보고 맨 땅바닥에 마냥 누워있기도 했다. 정신이나 육체나 `산'을 통해 상당히 풍요로워졌다는 자랑이다.
남들은 모두 7∼8㎏씩 빠지는 네팔에서 혼자 2㎏나 체중이 늘어 돌아오는 등 `체질'인 것 같아 아예 전문적으로 암벽 등반을 배워볼까도 생각중이다.
`산'을 위해 계속 해오고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생활의 일부가 돼 버렸다는 얼굴에서 건강미가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