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보물(?) 찾기 한창
기사입력 1997년 03월 24일 15시 09분
"시계를 찾으러 왔다 반지를 하나 주웠어요." 봄을 맞아 폐장하는 스키장에 `보물찾기'가 한창이다. 시즌중 스키장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기 위해 폐장 직후에 스키장을 찾아와 슬로프의 잔설을 헤집고 다니는 스키어들이 적지 않은 것. 이 가운데는 처음부터 고가의 `이삭'을 주으려고 멀리서 원정을 오는 젊은이들이나 지역 주민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녹아들어가는 눈밭을 파헤치며 금품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서부개척시대에 금광을 찾아나선 미국인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스키장 골드러시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일대의 스키장은 3월 중순 폐장되면서 이미 골드러시족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상태며 일대 스키장은 4월초 폐장을 앞두고 있어 조만간 이들이 밀어닥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폐장 직후 스키장에 몰려들기 시작하는 골드러시족은 2박3일의 넉넉한 일정을 잡고 수색작업에 나서고 있다. 첫날은 부피가 큰 스키고글이나 선글라스, 헤어밴드, 모자 등을 찾은 뒤 잔설량이 줄어드는 다음날부터는 귀금속이나 라이터, 시계, 열쇠, 동전 등을 줍는다. 실적이 크게 떨어지기는 하나 폐장 보름후까지도 녹녹지 않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게 골드러시족들의 말이다. 허영남군（20． 경영학과 2년）은 "지난 22일 양지리조트에 MT를 갔다 슬로프를 누비는 지역 주민을 따라서 이삭줍기에 나섰다"며 "고급 터보 라이터와 5천여원의 동전을 주워 횡재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눈더미 속에 묻혀 있던 이들 금품들은 슬로프 곳곳에 전방위적으로 묻혀 있으나 그중에도 리프트 탑승장이나 상급자 코스의 급경사, 굴곡에 많다. 초보 스키어의 대부분이 이 지역에서 최소 한두번씩은 나뒹굴기 때문이다. 김현철군（20．단국대 2년）은 "지난해말 여자친구와 스키를 타다 잃어버린 커플반지를 찾기 위해 다음달초 폐장을 앞둔 용평스키장에 들를 참"이라며 "찾는데 연연하기 보다 잔디와 흙이 드러난 슬로프를 누비며 색다른 데이트의 재미를 만끽한다는데 의의를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