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연석] 화려한 봄 기지개
기사입력 1997년 03월 24일 15시 06분
프로축구 천안 일화의 `꺽다리' 황연석（24）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작년시즌 4골 4어시스트로 부진,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그가 지난 22일 천안에서 벌어진 포항 스틸러스와의 아디다스컵 개막전서 결승골을 잡아내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는 것. 1m93으로 프로 최장신인 황연석의 재주가 빛을 발한 것은 후반 시작을 알리는 휘슬소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팀 동료 조우석의 문전 센터링을 눈 깜짝할 사이에 솟구쳐 머리로 받아넣은 것이다. 의 J리그 진출, 이영진 박남열 한정국의 군입대, 과 이기범의 어깨수술 후유증 등으로 인한 전력약화로 큰 우려를 자아냈던 팀에 승리를 안긴 값진 골이었다. 특히 코리안리그 데뷔전에 나선 벨기에 출신의 레네 감독에게 더 없이 기쁜 선물을 안겼다는 점에서도 황연석의 골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의 재주가 이제 겨우 기지개를 켰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탁월한 공중볼 다툼, 적절한 각도와 힘이 어우러진 날카로운 헤딩슛, 머리 못지않은 발기술에 불같은 승부근성. 이같은 그의 천부적인 자질이 갈수록 정교함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대 재학 시절 일찌감치 일화로부터 연고지명 선수로 낙점받았을 때 이미 예고된 일이었는 지도 모른다.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팀이 하루빨리 옛 명성을 되찾도록 앞장서겠습니다." 황연석의 바람은 무척이나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