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파노라마] 나산감독 관중석서 '007작전'
기사입력 1997년 03월 24일 15시 04분
`관중석 감독' 황유하.
광주 나산 플라망스가 프로농구 사상 첫 `관중석 감독'의 해프닝 속에 금쪽같은 1승을 올렸다.
나산－동양전이 벌어진 23일 광주 염주체육관.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놓고 대우 삼성 현대와 4파전을 펼치고 있는 나산으로서는 홈게임서 반드시 1승을 추가해야할 절박한 처지였지만 황유하 감독은 벤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20일 서 벌어진 현대전에서의 심판판정시비로 경기지연에 대한 책임을 물어 로부터 `1게임 출전정지'의 징계를 받았기 때문.
황감독은 대신 나산 벤치에서 가장 가까운 관중석 하단에 자리를 잡고 이날 경기를 `원격조정'했다.
구단은 이날 관중석의 황감독과 벤치의 김남기 코치를 위해 2대의 워키토키를 준비했다.
그러나 황감독은 관중들의 요란한 함성 때문에 워키토키로는 의사전달이 제대로 안될 것으로 판단, 워키토키 사용을 포기했다.
황감독이 대신 사용한 `007작전'은 `전령'을 이용하는 것.
황감독과 김코치를 연결하는 `전령'은 이건하 주무가 맡았다.
경기가 시작되면서 이건하 주무의 움직임이 바빠졌고 관중석과 벤치 사이로 수많은 종이쪽지가 오갔다.
`동양 팀플레이 핵인 매디슨의 마크맨을 김현국에서 김용식으로 교체하라' `동양이 전날（22일） 삼성과 연장전을 치러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니 힘이 좋은 김용식을 공격에 적극 가담시키라' `이버츠의 골밑공격 비중을 좀 더 높여라' 등등.
황감독과 김코치의 `수담（手談）'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경기에 반영됐고 나산은 이날 버거운 상대인 동양을 115대103으로 격파하는 개가를 올렸다.
특히 나산은 주포 김상식이 결장중인 최악의 상황에서 올시즌 팀최다득점을 올림으로써 이날 `007작전'은 더욱 빛을 발했다.
의류분야의 이벤티스트로 명성을 날렸던 나산 김용환 단장은 경기가 끝난뒤 황감독과 김코치의 손을 잡으며
" 덕분에 프로농구사에 남을 또하나의 멋진 이벤트를 펼칠 수 있었다"고 촌평한 뒤 "하지만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이벤트"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