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동양운명 '쥐었다 폈다'
기사입력 1997년 03월 23일 15시 04분
피터팬이 사는 나라, `네버랜드（Neverland）'. 영원히 늙지않는 이상향을 말한다. 지난해 대학을 갓 졸업한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패기가 꿈틀거리고 힘이 넘치는 농구를 구사하는 동양 오리온스. 항상 젊음이 함께 할 것 같은 동양엔 `네버（Never）'라고 말할 줄 아는 `피터팬' （24）이 있다. 22일 수원 실내체육관. 이 삼성 캐빈 비어드에게 발목을 붙들린 바람에 3쿼터에선 프로농구 한쿼터 최저득점인 8점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못하던 동양. 4쿼터 종료 1분여를 남기고 10점차를 극복하며 연장에 들어가자 은 "안돼（Never）"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84-83으로 쫓기던 연장 1분26초에 터뜨린 시원스런 3점포를 시작으로 내리 7득점, 팽팽하던 승부의 추를 동양쪽으로 가져왔다. 또 95-93이던 종료 13초전 은 침착하게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켜 삼성의 추격에 쐐기를 박으며 대역전극의 종지부를 찍었다. 올시즌 동양의 부침（浮沈）은 의 슛감각과 궤를 같이 한다. 이 부진한 날이면 동양은 어김없이 고전하거나 경기를 내주고 만다. 3월들어 동양이 4연패의 수렁에서 허덕인데는 의 3점포가 침묵을 지켰기 때문. 반면 지난 18일 경기서 프로출범 이후 내리 두판을 내줬던 SBS를 동양이 111대95로 대파했던 직접적인 요인 역시 이 훌쩍 날아올랐기 때문이었다. 최근들어 강팀엔 강하고 약팀엔 약한 징크스에 시달리며 동양이 `도깨비팀'으로 불리게 된 것도 의 슈팅리듬에서 비롯됐다. 용병 포인트가드 토니 매디슨이 가세한 덕에 슈팅가드로 이동, 3점슛을 쏠 기회가 더욱 많아졌지만 요즘 은 골밑 돌파에 치중한다. 확률이 낮은 장거리슛보다는 득점 가능성이 높은 드라이브인으로 경기를 쉽게 끌고가기 위해서다. 어쨌든 `네버랜드' 동양의 플레이오프 준결승 직행은 `피터팬' 의 손에 달려있는 게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