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김응용감독 시범경기 항의1호 속사정
기사입력 1997년 03월 23일 15시 00분
"번트 댈 거야. 항의도 할 거고."
해태 감독은 22일 부산 롯데와의 시범경기 1차전을 앞두고 농담처럼 말했다.
시범경기도 정규시즌처럼 성의있게 치르겠다는 8개구단 감독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번트나 히트앤드런 등 작전이 잦을 것은 예상했던 바.
김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3회말 2사 1루에서 2루주자 롯데 김영일이 도루실패로 물러나자 곧바로 장진범주심에게로 달려갔다.
주자가 스파이크 바닥을 치켜들고 슬라이딩해 자칫 야수가 다칠 위험이 있으니 경고를 주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발짓을 하는 과정에서 310㎜나 되는 `항공모함급' 스파이크가 들썩거리자 장주심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시범경기 항의 1호를 기록한 김감독의 속사정은 뭘까.
해태는 작년 이대진이 방위복무 때문에 시범경기에 출전하지 못하자 1승4패 2무, 꼴찌를 기록해 시즌초 꼴찌 소리를 달고 다녔다.
따라서 지난 겨울훈련의 목표는 초반 기선제압.
"아무리 엄살을 부린다지만 꼴찌소리 듣기 좋아하는 감독이 어디 있어."
김감독의 시위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심판진에 대한 `선전포고'의 의미도 담겨 있다.
김감독은 스트라이크존 변경문제에 대한 잡음과 5분안에 경기를 재개하지 않으면 퇴장시킨다는 새 방침에 강한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김감독은 이날 현장에 KBO 총재와 박종환 사무총장이 관전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