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이] 곤충의 사회 그린 이색 뮤지컬
기사입력 1997년 03월 23일 14시 49분
곤충의 시각에서 바라본 환경과 인간의 문명이야기를 다룬 이색 창작 뮤지컬이 봄무대에 오른다. 스포츠조선이 뮤지컬 보기운동 43번째 무대로 극단 학전과 공동주최, 29일부터 4월 9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개똥이'가 그것. `곤충들이 살지 못하는 곳에 인간도 살 수 없다'는 다소 진지한 주제를 록 음악에 실어 경쾌하면서도 의미롭게 그려낸 게 특징. `아침이슬'의 가수 김민기씨가 극본과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희망'의 상징인 반디벌레가 `어둠'을 나타내는 바퀴벌레와 맞서 싸워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완전한 어둠의 세상을 만들려는 바퀴벌레들이 반디 내외를 죽이자 쇠똥구리는 반디내외가 남긴 반디의 알을 몰래 보호, 애벌레로 성장하도록 보살펴준다. 바퀴벌레는 아기반디(개똥이)를 없애기 위해 온갖 계략을 시도한 끝에 아기반디의 눈을 빼앗는데 성공하게 되고 곤충들은 서로 얼키고 설키는 상황 속에 빠진다. 결국 숲속의 벌레들이 힘을 합쳐 바퀴벌레를 물리치고 삶의 희망과 맑고 깨끗한 세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게 극의 흐름. 이 작품은 곤충사회를 그린 동화이면서도 환경문제, 황금만능주의, 약육강식등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신랄히 꼬집고 풍자한 게 특징. 극단측은 지난 40년간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은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온 반면, 인간성 상실과 개인주의화라는 병폐를 낳았다면서 이 뮤지컬은 곤충들을 통해 이같은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한다고 설명했다. 김민기씨는 "이 작품이 한국적 음악극의 완성작이 되도록 민요풍의 노래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아름답고 독특한 고음을 지닌 뮤지컬 배우 이미옥이 귀뚜리, 개성있는 연기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김효숙이 바퀴할멈, 합창지휘자로 이름을 얻은 최무열이 똥구리 할아버지로 출연한다. 여기에 개똥이에 권형준, 어린 개똥이에 이재환을 비롯, 장현성 박윤희 이지은 황정민 임현주 이은숙 조련 이현주 노영이 조주경 이정용 양진선 등이 가세한다. 연주에는 오종대(드럼) 박지혁(기타) 황인현(베이스) 장경아－전지원(건반), 김용수(섹소폰)로 구성된 6인조 밴드가 전곡을 라이브로 연주, 관심을 끈다. 평일 오후 3시30분, 7시30분. 토 일 오후 3시, 7시. (02) 763－82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