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레이더] 거지여행-이름대로 거지같은 여행
기사입력 1997년 03월 23일 14시 45분
○…"거지여행이냐, 선택관광이냐." 최근 서울 강남의 C여행사가 기획한 호주 7박8일 거지여행(69만9천원)을 다녀온 김모씨(여．28．회사원)는 "정말 거지같은 여행이었다"며 투덜투덜. 대부분 20대 여성들인 23명이 단체를 이뤄 호주 브리스베인으로 떠나기로 했으나, 당초 탑승키로 했던 직항편은 좌석이 넘치는 바람에 못타고 시드니를 경유해 브리스베인으로 가는 등 출발부터 삐끄덕거렸다고. 거지여행상품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 정도 고생은 감수키로 했으나, 문제는 호주 현지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배낭여행의 다른 표현인 거지여행이란 뜻과는 전혀 다르게 현지 가이드들이 선택 관광을 권유, 하루 7만원씩을 주고 관광을 하는 등 `거지여행'의 성격과는 다르게 진행됐다고. 특히 숙소인 시드니 CB호텔의 경우 방안에 바퀴벌레가 날아다니고 소음도 심해 대부분 `거지여행객'들이 밤잠을 설쳤으며, 4세의 아들을 데리고온 30대 아주머니는 참다못해 자비로 인근 호텔로 숙소를 옮기는 등 해프닝. 김양은 "여행중 수십달러를 주고 별로 볼거리가 없는 곳을 관광해야 했다"며 "특히 양털깎기는 저가 관광단을 위해 급조한 농장에 50여마리의 양을 풀어놓고 양 한마리의 털을 깎는 것을 보여주는 등 형편없었다"고 불평. 때문에 근검 절약의 목적과 달리 거지여행자들은 1인당 30만∼40만원의 추가 경비를 현지에서 지불, 결국 패키지관광과 별 다를 것이 없게 됐다고. ○…이달들어 각 여행사들이 허니문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고객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해외여행권과 자동차 등 경품을 내걸고, 즉석 계약자와 예약자들에겐 여행 가방 등 선물 공세도 펼쳤다. 그러다 보니 여행 정보보다도 경품을 노리고 설명회마다 참가하는 `커플'도 꽤 있었다는 후문. 특히 개중엔 설명회 당일 신혼여행 상품을 계약하고 여행용 가방 등 공짜 선물을 받고는 1∼2주 후 다른 사람을 시켜 슬그머니 해약을 하고서 선물은 돌려줄 생각도 않는 `얌체'커플도 있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