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커플] 쇼킹 러브테스트
기사입력 1997년 03월 22일 15시 02분
신세대커플들 사이에 `러브테스트'가 유행하고 있다.
`러브테스트'란 남녀간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통과의례로 만난지 100일째 되는 날 일부러 공공장소를 택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보란듯 포옹이나 진한 키스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이같은 테스트를 통과해야 비로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것으로 간주한다.
신세대들은 만난지 100일을 기념해 커플반지를 맞추거나 백일주를 마시고 100개의 초를 꽂은 케이크를 함께 자르는 것 등 불과 얼마전까지 유행했던 풍속도마저 이제는 `촌스러운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신세대연인들은 `러브테스트'로 사랑을 공인받기 위해 각자 친한 친구들을 옵저버자격으로 부르기도 한다.
특히 `러브테스트'는 인파가 붐비는 장소에서 치러야 그 공정성을 인정받는다.
그만큼 타인의 시선을 꺼리지 않을 정도로 서로에게 눈이 멀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남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사랑확인을 위해 어떤 대담한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게 신세대들의 거칠것 없는 사고방식.
최근 남대문시장 한복판에서 남자친구와 `러브테스트'를 가진 K대 2년생 윤혜련양（21）은 "처음에는 행인들이 의식돼 머뭇거렸지만,
결국 용기를 내 남자친구와 키스했다"며 "참관인으로 동행한 친구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고서야 사랑을 확인했다는 성취감과 안도감이 밀려들었다"고 `짜릿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러브테스트가 열리는 장소는 백화점, 터미널, 지하철역내 등 인파로 북적대 `대담한 사랑표현'을 하는데 용기와 뻔뻔함이 필요한 곳이다.
신세대들은 어느 한쪽이라도 `러브테스트'를 거부하거나, 시도했더라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서로에 대한 신뢰감에 상처를 입거나 개운치 못한 일로 간주한다.
신촌에서 팬시용품점을 경영하는 남문식씨（42）는 "남녀가 백주대낮에 그것도 행인들의 왕래가 많은 길 한복판에서 키스를 나누고,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몇몇 사람들이 환호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며 "손님들로부터 `러브테스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나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세대들의 유별난 사랑표현법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일부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이 공공장소에서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서양풍조를 모방한 치기（稚氣）에 불과하다.
아무리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지만,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 따라하게 될까 걱정된다"는 반응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