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희망과 고민 (3)
기사입력 1997년 03월 22일 14시 54분
93년 3월. 정부는 악법이라며 안기부법을 여－야 합의로 개정하였다. 그리하여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 수사권을 안기부에서 과 경찰에 이관시켰다. 하지만 정부는 이 법안을 원위치로 환원시켜 안기부로 하여금 사상범을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것이다. 노동법을 크게 열가지로 구분하여 개정하겠다는 것인데 가장 큰 이슈는 `정리해고제'로서 계속되는 경영악화, 구조조정, 기술혁신, 업종전환등 사유가 있을시 노동승인을 거쳐 합법적으로 해고시키겠다는 것이다. 회의에서 이를 강행키로 하고 당 책임자 대표에게 통보했지만 야당이 극력 반대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된것이다. 그러나 이미 정권 재창출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과 측근들은 반대하는 야당을 따돌리고 기습처리하기로 내부적 결정을 보았다. 당무위원들의 비밀 통보가 각 의원들에게 전달되었다. "12월 26일 새벽. 아내에게도 알리지 말고 집결해 있다가 의사당으로 모여라." 그리고 의원들은 마치 엔테베작전을 방불케하는 집결끝에 드디어 야당과 노동계의 저항을 뿌리치고 이 두 법안을 기습처리하여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버렸다. 대표가 이끄는 이 날치기법 통과를 위해 대쪽 당 고문 , 민주화의 상징 민주계 의원들 그리고 등 대권주자들이 일사천리로 통과시킨후 득의에 찬 모습으로 국민들 앞에 나섰다. `세월이 약이겠지요. 연말연시 휴무가 끝나면 저항세력도 힘을 잃겠지요.' 하지만 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몇몇 언론이 `참여노조 별로 없음'의 깃발을 흔들어 주었지만 1천만 노동자는 공장대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저항의 불길이 하늘을 뒤덮었다. "생존권 달린 노동악법 철폐하라." "날치기는 무효다！" "우리는 살아야 한다." "결사항쟁！" 명예퇴직이란 거창한 이름으로 수없는 직장인이 쫓겨나 거리를 헤매고 있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 같은 생활이었다. 바닥경제가 침몰하고 돈이 돌지않아 중소기업은 수없이 문을 닫았다. 이런 불안한 때에 터져나온 `정리해고제'는 화약고에 불을 지른 꼴이 되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 권영길 위원장의 지휘하에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저항했고 삭발한 그의 모습이 TV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권영길,언론인 출신의 이 노동운동가는 단숨에 여당의 9룡, 야당의 DJP에 버금가는 주목받는 인물로 급부상했고 그의 조직력은 정부의 행정력을 앞질러 나갔다. 노동계의 결사항쟁으로 국민여론은 최악의 상태까지 이르렀다. `YS가 재벌에게 주는 선물'로 노동법은 평가되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