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권력-귄위등에 대한 실랄한 풍자
기사입력 1997년 03월 21일 14시 15분
95베니스 특별전 일본 대표로 참가했던 재일동포작가 곽덕준씨(60). 퍼포먼스 설치 회화 사진 판화 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실험성 강한 작업으로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그가 대규모 작품전을 열고 있다. 4월 12일까지 서울 다동 동아갤러리(778-4872). 69년 이후 지금까지 직접 밀고 있다는 머리털 하나없는 맨머리에 수염, 편안한 옷차림. "매이는 것은 질색이다"는 그는 스스로를 `정신적 방랑자'라고 말한다.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한국인. 한국에서는 일본인으로, 일본에서는 한국인으로 분류되지만 정작 자신은 모국의 체질도 실체도 갖고 있지 않다. 더욱이 모국은 낯선 땅일 뿐이다. "`재일한국인'이 내 작품의 원점이다. `내가 누군지' 명확히 인식해야만 진실한 작품으로 연결될수 있다고 믿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재일한국인으로 일본에서 살아가기란 정말 힘들다'는 그지만, 그래서 오히려 민족성－국경을 뛰어넘는 보편적이고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찾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의 작품들은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전제 아래 다른 시각과 견해에서 다시 생각해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대부분. `무의미' `대통령' `계량기' 시리즈 등 대표작들도 일맥상통한 주제들이다. `곽덕준과 대통령' 시리즈는 권력의 의미를 생각하게하고, `계량기'시리즈는 저울이 다른 저울에 의해 저울질 되는 것, 남을 비판하는 사람은 다시 남에 의해 비판당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37년 일본 교토 출생. 도쿄 시립 미술 공예학교 일본화과를 졸업했다. 23세부터 3년간 결핵으로 생사를 헤맸던 그는 그때 `물질과 대상 그 모든 것에서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것을 체험했다고. 전시회에는 입구에 마련된 비디오작품 `자화상'은 78년 일본 교토시립미술관 주최 `근대일본의 자화상_자신을 응시하는 81인전'에 출품돼 큰 반향을 얻었던 작품. 그외 일본화의 영향을 받은 듯한 입체감이 뛰어난 60년대 회화에서부터 70년대 개념미술의 요소를 지닌 `계량기'`자화상', 80년대 `사회_벽화'`무의미', 90년대의 `풍화'`무의미' 등 풍자와 유머, 난센스와 역설이 살아있는 대표작 60여점이 출품됐다. 회고전 성격의 대규모 개인전은 92년 요코하마 미술관 전시 이후 두번째. 도쿄판화 문부대신상, 서울판화 우수상, KBS해외동포상(96) 등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