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희망과 고민 (2)
기사입력 1997년 03월 21일 14시 14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라는 속담처럼 대통령은 자천 타천으로 거명돼 대통령 후보군으로 나선 9명 때문에 오히려 고민이 많다. 어차피 후보는 한명이다. 한명이 후보로 나서면 적어도 서너명은 이탈을 하거나 반기를 들지도 모른다. `후보지명'의 속셈은 서 있지만 그래서 더 많은 부작용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자신을 위해 평생을 희생한 민주계를 생각하면 더욱 걱정된다. 이들이 이나 과 대적할 때 과연 승리가 보장되겠느냐 하는 의문 때문이다. 을 후보로 지명하기에는 더욱 어려움이 많다. 총리 시절 이미 발등을 한번 물었던 사람이다. 퇴임 후 다시 발등을 물겠다면 방어할 능력이 없다. 그러나 DJ나 JP와의 싸움에서 그래도 이길 확률이 높은 사람은 `'이라는데 고민이 있다. 믿음직스럽기는 현재 국무총리로 있는 이나, 당 대표로 있는 이지만 이들은 당내 기반이 너무나 취약하다. 그리고 이들을 후보로 내세웠을때 , , 등이 뛰쳐나갈 우려도 있다. 중부권의 맹주로 자처하는 도 언제 내각제의 JP와 합류할지 모른다. 만일 JP가 DJ와 결별하고 여권세력과 손잡아 대권에 도전하겠다면 그쪽으로 몰릴 세력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9룡 때문에 얻는 것도 많지만 그만큼 걱정도 많다'는 것이 대통령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무엇인가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할 때는 오랫동안 현실정치에 참여했던 차남 현철을 찾았다. 호텔출신의 가신 김기섭을 안기부에 깊숙이 박아놓고, 현철을 통해 정보사항을 청취하곤 했다. 이런 정보와 현철의 명석한 정세분석을 대통령은 각별히 신뢰하고 있었다. 이날도 대통령은 차남 현철과 마주 앉아 있었다. 이날은 특히 경제가 주제다. "경제회생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를 끝냈습니다." "아무래도 대기업에 경제운용의 탄력을 심어줘야 할것 같습니다." "고임금 저효율 말야?" "네 아버님. 노동법과 안기부법은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합법적인 명예퇴직과 임금동결법, 그리고 안기부의 활성적인 활동을 위해서라도 두 법을 바꿔야 합니다. 야당이 반대하고 나서겠지만 보수세력인 자민련측은 DJ같이 결사적인 반대는 안할겁니다." "음！" "여－야 협상이 여의치 못하면 단독처리로라도 해야합니다." 아들의 뜻이 무엇인지 잘 안다. 97대선을 위해서라도 연내의 두 법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은 안기부법 개정의 훌륭한 이유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