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프로야구] 시간끄는 주범 사라진다
기사입력 1997년 03월 20일 15시 56분
타석에서 시도 때도 없이 타임을 걸며 뿌려대는 `칙칙이'. 1루에만 나가면 너나없이 끼는 마치 에스키모인 장갑같은 두툼한 `슬라이딩 장갑'. 언제부터인가 한국 프로야구에서만 볼 수 있던 이런 `국적불명'의 광경들이 올해부턴 사라진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연말 감독자회의를 통해 좀더 경기를 빠르고 박진감 넘치게 진행시키기 위해 시간끌기의 `주범'들을 야구장에서 추방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각팀들은 일명 칙칙이로 불리는 송진 스프레이대신 헝겊에 송진을 묻혀 사용하며 슬라이딩 장갑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 타자들이 배트 손잡이 부분에 뿌리는 송진 스프레이는 그동안 대기오염은 물론 경기시간 지연의 원흉으로 꼽혀왔다. 심한 경우 한 타석에서 4∼5차례씩 타임을 부르고 뿌려대는 선수가 있을 정도. 주자들이 부상방지를 위해 착용하는 슬라이딩 장갑도 마찬가지다. 90년대 초반 LG 천보성감독（당시 LG코치）이 처음 도입한 슬라이딩 장갑은 생각만큼 효용가치가 크지 않은데다 이 때문에 수비측의 경기리듬이 끊긴다는 지적이 있어 올해부터 쓰지 않기로 했다. 특히 슬라이딩 장갑을 뒷주머니에 넣고 있는 1루코치들의 우스꽝스런 모습도 세련됨을 추구하는 프로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올시즌부터 주자가 없을 때 투수들의 투구시간이 종전 20초에서 15초로 당겨짐에 따라 농구장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초시계가 야구장에도 등장한다. 작년 우승팀 해태는 올해 광주구장 백스톱에 투수들이 자신의 투구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초시계를 달아놓을 예정이다. 또 지난 95년 삼성이 대구구장에 국내 처음으로 컬러전광판을 설치,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자 작년시즌이 끝난 뒤 현대, 한화와 해태가 인천, 대전과 광주구장 전광판을 컬러제품으로 교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