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프랑스월드컵] 잿빛 앞날 어쩌나
기사입력 1997년 03월 20일 15시 52분
98 개최국인 프랑스가 축구재목들의 잇단 해외진출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보스만 평결' 이후 국가간에 선수계약과 관련한 국경이 사실상 무너지면서 파운드(영국)와 리라(이탈리아)의 위력 앞에 프로 꿈나무들을 속수무책으로 뺏기고 있는 것. 96유럽선수권대회가 끝난 지난해 6월 이후 조국을 등지고 떠난 프랑스 선수만 모두 40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부리그 선수는 24명에 이르며, 이들 중에는 국가대표인 유리 드조르카에프(이탈리아 인터밀란)와 프랑크 르뵈프(잉글랜드 첼시)도 끼어 있다. 이처럼 프랑스축구계가 들끓기 시작한 것은 올초 명문 파리 생 제르맹(PSG)의 기대주 니콜라스 아넬카(17)가 잉글랜드 명문 아스날에 스카우트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프랑스는 유럽 국가 가운데 팀 자체 선수육성 프로그램이 가장 충실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1부리그 선수 1명을 키우는데 평균 5천515만프랑(약 8억3천만원)을 쏟아붓고 있는데 이는 영국의 5배,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에 비해서는 약 10∼12배에 달한다. 이렇게 키운 꿈나무들을 속수무책으로 외국팀에 뺏기게 되니 가슴을 칠 노릇인 것이다. 일부에선 "프랑스축구의 골수가 새나가고 있다"고 극단적인 표현까지 동원하며 위기감을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가 그들 표현대로 외국팀에 꿈나무들을 `약탈'당하고 있는데는 자체 연습생과 정식 프로계약을 하는데 인색한 전통도 한몫 하고 있다. 정식 프로계약을 하고도 계약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외국팀으로 채 가는 형편인데, 법적으로 아무 계약관계가 없는 선수를 데려가는 것은 `식은죽 먹기'인 것이다. 프랑스의 고민은 그렇다고 해서 선수들의 해외진출 러시를 되돌려놓을 만한 `당근'이 없다는데 있다. 우선 프로선수들의 대우에서 프랑스는 유럽 5대 강국 가운데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1부리그 선수의 평균 월봉은 프랑스가 약 8만4천프랑(약 1천300만원)으로 스페인(약 9만9천프랑) 잉글랜드(약 9만8천500프랑)에 턱없이 못미친다. 축구열기도 갈수록 낮아져 한 게임 평균 관중수가 1만3천233명으로 나머지 국가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TV 중계권료 수입도 7억5천만프랑(약 1천100억원)으로 5개국중 꼴찌. 이밖에 대기업들의 재정지원이나 사회의 관심도에서도 5개국 가운데 최하위로 평가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모두 죽는다"는 위기감마저 팽배하고 있다. 일부에선 유명클럽들이 외국의 스타를 한 명씩 의무적으로 수입해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선수들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고 있다. 보수적인 계약제도와 보호주의적인 선수수급 전통으로 `유럽 5강'의 명맥을 유지해오던 프랑스축구의 위기는 2002년 월드컵 개최로 이미 `축구 '의 문턱에 와 있는 한국축구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