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역가격파괴' 바람
기사입력 1997년 03월 19일 14시 14분
PC통신 이용자들이 공동구매를 조건으로 메이커를 직접 상대, 구매가격을 파괴하는 `역 가격파괴'에 나섰다. 이같은 움직임은 PC통신 동호회 회원끼리 공동구매를 하던 초보단계를 벗어나 이제는 아예 공동구매를 전담하는 회사가 생기는 등 조직력까지 갖추고 있다. 정보제공 사업자인 나눔정보는 지난 3일부터 PC통신 인포숍에 `공동구매장터'를 개설, 운영에 나섰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가 직접 PC통신 게시판에 필요한 상품의 구매를 제안, 구매를 희망하는 일정수 이상의 회원을 모집, 공동구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소비자인 컴퓨터 마니아들이 구매력을 앞세워 가격 인하와 양질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셈이다. `공동구매장터'는 개설 초기지만 이미 미니콤포넌트 오디오, 유아용 컴퓨터, 엠씨스퀘어 등 AV시스템과 컴퓨터, 학습기, 건강식품 등이 제안돼있다. 현재 상품조사와 구매조건, 구매가격이 정해진 품목은 8가지 정도. 소비자가격 59만원인 아남전자의 미니콤포넌트 `인덱스44'는 용산전자상가에서 47만원에 거래되지만 공동구매장터에서는 44만원이면 살 수 있다. 또 용산에서 30만원 안팎인 전자의 `하이파이 비디오'는 25만4천원으로 전자상가나 대형 유통할인매장보다 싸다. 게다가 몇몇 품목에 대해서는 생산업체로부터 사은품까지 받아내 소비자의 파워가 실감나게 증명되기도 한다. 나눔정보 양기호사장（35）은 "지금까지 PC통신 동호회에서 공동구매를 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품목이 적었고, 일반 이용자는 이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지만 공동구매장터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상품과 구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동구매장터는 또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도 참여할 수 있어 이용자가 솔깃할 만한 판매조건을 내걸 경우 새로운 판매 방식으로 정착할 수도 있어, 특히 판매조직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기업의 기획상품이나 아이디어 상품의 판매루트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몇해 전부터 생산업자나 판매업자가 `가격파괴'라는 신조어로 불황을 타개했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이 뭉쳐 가격파괴를 요구하는 `역 가격파괴'시대가 된 셈이다. 더구나 PC통신이 활성화하면 이같은 소비자들의 집단행동은 더욱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