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부상=팀 우승' 병상서 웃는 박종호
기사입력 1997년 03월 18일 15시 15분
"우리 팀이 올해 틀림없이 우승하려나봐요." 구리숙소에 드러누운 LG 2루수 박종호（24·사진）가 잠꼬대처럼 늘어놓는 말이다. 오키나와 전훈캠프 막바지인 지난 7일 청백전서 오른쪽 발목을 부상한 박종호는 이틀 뒤인 9일, 서울로 돌아왔다. 이번 LG 전훈의 첫 `조기 귀국자'. 재활조로 떨어져 다시 첫 걸음으로 돌아가는 불운을 당했지만 박종호는 용케 희망을 불러줄 기억 한 자락을 꺼냈다. 94년,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번트훈련을 하다가 손가락을 다쳤던 일. 당시 박종호는 개막후 열흘이 넘도록 경기에 나가지 못했으나 한발 늦게 출발한 94시즌은 그의 프로 생애 최고의 해가 됐다. 유격수 （26）과 `황금 키스톤'을 자랑하며 타율 2할6푼, 56타점 21도루. 쌍둥이 우승 드라마의 화려한 한 페이지를 썼다. "올해도 1년 액땜을 내가 대표로 했으니 이제 LG에는 좋은 일만 남았다니까요." 그의 부상에 모두들 혀를 끌끌 찼다. 군복무와 손목 부상으로 작년에도 전혀 뛰지못한 박종호는 이번이 3년만의 해외 전훈. 92년 입단 이후 한해도 부상없이 제대로 뛰어본 적이 없는 그는 "올핸 몸관리를 잘해 꼭 전경기 출전을 하겠다"고 말했던 터라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위로를 삼을 만한 해석 하나 더. 손가락, 손목, 골고루 `가관'이더니 이번엔 발목이다. "더이상 내려갈 데가 없으니 이제 부상이 발밑으로 뚝 떨어지겠죠?" 눈앞이 캄캄하도록 애타는 마음이야 두말할 것 없지만 `LG 최고의 터프가이'는 의연한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