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행] 토플책 휴대 경계령
기사입력 1997년 03월 17일 16시 22분
"미국 여행길엔 토플책을 휴대하지 말라." 미국 여행길에 오른 젊은이들 사이에 토플책 경계령이 내려졌다. 여행가방 안에서 토플책이 나왔다는 이유로 미국 입국 문턱에서 발목을 잡히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여행객들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국을 방문하는 여행객 가운데 토플책을 휴대했다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슬그머니 눌러앉아 학교에 입학하려는 편법 유학생으로 오인받아 실랑이를 벌이는 젊은이들이 여객기 1대당 평균 3∼4명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입국금지 조치를 당해 한국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최근 귀국한 재미 변호사 옥유진씨（53）는 "방문 비자를 받아 오면서 토플책 등 영어교재를 가져 왔다 공항을 통과하는데 애를 먹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LA공항과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이같은 문제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매일 1∼2통씩 걸려온다"고 말했다. 이는 방문비자를 받아 미국에 들어가 학생비자로 바꿔 학교에 입학하는 편법 유학생이 한국학생들 사이에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미국 유학비자를 발급받기가 까다롭지만 일단 미국에 건너가면 지방이민국에서 학생비자를 우편으로도 신청해 받을 수 있을만큼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문목적을 숨기고 들어오는 행위는 절대 묵과할 수 없다는게 미국 이민당국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단순한 여행길에 곤욕을 치르는 선의의 피해자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박순아양（추계예대．3년）은 "입국심사때 단순한 방문 목적으로 온 사람이 왜 토플 책을 갖고 왔냐는 질문에 답을 못하고 횡설수설하다 몇시간동안 붙잡혀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를 봤다"며 "법망을 빠져 나가기 위한 일부 젊은이들의 편법행위로 순수한 젊은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새 이민법이 본격 시행되는 올해말부터는 유학을 목적으로 한 편법 입국의 단속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방문비자로 왔다 학생비자로 바꿔 유학할 경우 출입국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한국에 다니러 왔다가 돌아가지 못해 애태우는 학생도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