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내부의 적 (6)
기사입력 1997년 03월 17일 16시 20분
사자 공화국의 양대 세력인 신진파와 해골파의 한바탕 싸움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신진파 보스 포철은 해골파 두목 천하를 노렸다. 어차피 졸개들이야 자신의 조직원들이 너끈히 해치울 수 있다고 계산한 포철은 두 발을 높이 들고 천하를 덮쳤다. 천하 역시 포철을 꺾어야만 진정한 왕이 된다는 생각에 오직 포철만을 공격 타깃으로 삼고 선방을 날리기 위해 기회만 엿보던 터였다. 살기가 번뜩이는 으르렁 소리와 함께 포철과 천하가 동시에 공중에서 맞붙었다. 포철이 좌우 연타를 천하의 얼굴에 꽂으며 사뿐히 내려앉았다. 천하도 이에 질세라 좌우 펀치를 날렸지만 한 방만 포철의 얼굴에 작렬했다. 어른이 된 사자의 앞발은 지름이 20㎝쯤 되는 솥뚜껑만한 크기에 날카로운 발톱이 나있어 웬만한 짐승은 한 방에 목뼈가 부러지거나 가죽이 찢어질 만큼 위력적이다. 포철과 천하의 펀치가 정확하게 맞지 않은데다 이들의 맷집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초반에 승부가 결정될 뻔한 순간이었다. 포철과 천하는 마주서자마자 뛰어올랐다. 또다시 좌우펀치가 엇갈렸다. 이미 둘의 얼굴에는 발톱에 긁힌 상처를 따라 피가 맺혔다. 피 냄새를 맡은 이들은 더욱 흥분했다. 두 번의 펀치 교환에서 결정타를 먹이지 못한 포철은 오른쪽으로 돌며 천하의 허점을 찾았다. 천하 또한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음 공격을 생각했다. 사자와 호랑이는 순발력은 뛰어나지만 지구력이 없어 줄기차게 싸우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몇 차례 공격을 한 다음에는 반드시 한 박자를 쉰 뒤 새 힘으로 다시 공격을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까닭이다. 이들이 다시 허공에서 부딛치는 순간 신진파 행동대장이자 포철의 동생인 인철이 점프하며 천하의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신진파는 포철 밑에 인철, 강철, 드래곤이 있어 한라와 백두만 있는 해골파보다 수적으로 앞서기에 인철이 두목을 돕기 위해 가세한 것이다. 150㎏이 훨씬 넘는 인철의 몸을 날린 헤딩에 천하가 저만큼 나가떨어졌다. 이 기회를 놓칠 포철이 아니었다. 포철은 발톱을 바짝 치켜세우고 천하의 목덜미를 찍어눌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