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가난한 이웃 현대축구단
기사입력 1997년 03월 17일 16시 16분
현대와 삼성, 세계 초일류기업을 지향하는 양그룹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중의 하나가 `돈'이다. 스포츠계도 양그룹이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거의 양분한 상태다. 그러나 프로축구는 예외다. 삼성은 그룹 전체의 씀씀이에 걸맞지만 현대는 프로축구계에서는 `가난한 이웃'이다. 구단 운영을 돈 부족으로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55억원을 쓴 울산 현대는 올해는 37억원선에서 막아 보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현대축구단의 쪼들리는 살림살이는 선수들과의 재계약에서 표면화됐다. 지난해 우승에 대한 선수들의 연봉대폭 인상의 기대심리를 `예산 절감'을 들어 눈을 감아 버린 것. 특히 선수 사기측면을 고려해 주장 김현석을 "프로축구 최고액 선수로 대우하자"는 감독의 어려운 건의도 묵살됐다. 구단은 아예 한술을 더떠 "김병지 최영일 등 고액 연봉자를 트레이드시켜 몸값이 싼 선수의 연봉을 지급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인 끝에 결국 최영일을 대우로 이적시켰다. 최근 고감독이 요청한 외국인 선수의 수입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칼로 무 베듯 잘라 버렸다. 프로야구에서 현대는 큰 씀씀이와 과감한 추진력으로 `공룡구단'으로 불린다. 하지만 프로축구의 울산 현대는 다른 구단의 씀씀이를 부러워하는 그저 `가난한 이웃'일 뿐이다. 현대가 대한축구협회의 회장사인 것을 떠올리면 참으로 묘한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