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파노라마] 용병들의 우리말 실력
기사입력 1997년 03월 17일 16시 16분
"King, Can you speak Korean?" "예." 지난 2일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삼성의 용병 빈스 킹은 "킹, 한국말을 할 줄 아느냐"는 장내 MC의 질문에 우리말로 또렷이 대답했다. 관중들은 킹의 재치있는 대답에 폭소를 금치 못하면서도 궁금증이 생기는 표정들이었다. `킹이 진짜 우리말을 잘 하는 게 아닐까?' 여기에 대한 답은 "No"다. 팀내에서 `코미디의 왕'으로 통하는 빈스 킹은 순간 유머를 발휘했을 뿐 한국말에 대해서는 벙어리나 다름없다. 다른 용병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용병들의 우리말 실력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40여일의 짧은 한국생활 동안 틈틈이 배운 한국말로 국내선수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몇몇 `총명한'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용병 가운데 우리말을 가장 유창（?）하게 하는 선수는 SBS의 `DJ' 데이먼 존슨. 존슨은 한국선수들과 식사를 할 때면 음식이름을 꼬치꼬치 캐물으며 암기를 거듭, 옆자리에 앉은 선수가 밥숟가락을 못 뜰 정도라는 것. 한국선수들끼리 주고 받는 말을 틈틈이 귀동냥한 존슨은 지난 11일 기아전서 반칙휘슬이 울리자 우리말로 "파울이 아니야"라고 외쳐 심판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존슨은 연습때도 "원기얻자" "영차영차" 등 팀구령을 선창, 팀내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하고 있다. 나래 최명룡 감독을 우리말로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는 제이슨 윌리포드도 존슨 못지 않게 한국말 배우기에 열심이다. 윌리포드는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했던 동료선수 이민우를 통해서 기본회화를 줄곧 익혀 왔고, 지금은 "이름이 뭐냐"는 질문에 자신의 별명을 대며 "나는 마당쇠야"라고 답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올스타전때 주주클럽의 노래인 `16/20'의 "야∼야∼야, 쇼킹 쇼킹"대목을 불러 팬들을 `쇼킹'하게 만들었던 로이 해먼즈（동양）는 "감사합니다" 정도의 회화는 거뜬히 해내고 있다. 우리말 회화에 열의를 보이고 있는 몇몇 외국용병들이 코트에서 우리말을 주고받을 그날을 기대해 봄직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