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비밀번호증후군 장난이 아니네
기사입력 1997년 03월 17일 16시 12분
한 여학생이 공중전화박스에서 수화기를 들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무선호출을 받고 음성녹음을 확인하려 비밀번호를 눌러 보지만 그때마다 수화기에서는 `잘못 누르셨습니다. 비밀번호 확인 후 다시 걸어주십시오'라는 멘트가 계속 흘러나오기 때문. 삐삐, 컴퓨터, 은행통장의 비밀번호가 제각기 달라 막상 기억해 내려니 생각이 잘 나지 않는 것이다. 젊은이들 사이에 `비밀번호 증후군'이 일고 있다. 은행통장, 호출기, 컴퓨터, 휴대폰 등 각각의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보통 비밀번호는 기억하기 쉽게 전화번호, 학번, 생년월일 등 자신의 신상과 관련된 숫자들을 이용해 만들어 놓지만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이런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은행 현금카드나 전화를 통한 자동이체시에는 비밀번호를 5회 이상 잘못 누를 때는 사용이 정지돼 직접 은행을 찾아가 신분증 확인 후 비밀번호를 알아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컴퓨터의 경우 문서작성 중 화면이 바뀌는 스크린세이브에 걸렸을 때 암호를 알지 못해 곤란을 겪는 해프닝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이동통신사에서는 주민등록번호와 호출기번호를 통해 본인으로 확인되면 비밀번호를 찍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기도 하다. 박철규씨(28．회사원)는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신 후 돈이 부족해 현금카드로 예금을 인출하려고 했는데 비밀번호를 잘못 눌러 사용이 정지된 경험이 있다"며 "외우고 있어야 할 비밀번호가 너무 많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요즘에는 이에 대한 예방책으로 각종 비밀번호들을 전자수첩이나 다이어리에 일일이 적어 다닌다"고 덧붙이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