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25시] 이정길 방출의 교훈
기사입력 1997년 03월 16일 15시 05분
작년 대졸신인 최고인 4억원（연봉 2천만원）을 받은 LG （24）이 지난달 27일 소리소문도 없이 방출됐다. 투수의 생명인 오른쪽 어깨 부상이 회복불능이라는 구단의 판단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 KBO）의 임의탈퇴 공시를 통해 뒤늦게 이를 알게 된 타구단은 자못 충격에 휩싸인 표정들이다. 야구계엔 신인 10명 중 1∼2명만 건져도 성공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베일에 가린 신인의 기량은 평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의 케이스는 경종을 울리는 부분이 너무 많다. 우선 정확한 잣대도 없이 치솟는 신인 계약금이다. 미국 일본에 비해 국내선수의 연봉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몇년 사이에 신인 계약금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93년 신인 최고 대우인 2억원（연봉 1천200만원）을 받았던 LG 은 이젠 통산 랭킹 30위 안에도 못낄 정도다. 문제는 스카우트와 계약금 선정이 선수 기량 외에도 `주변요소'에 의해 평가되는 부분이 많다는 데 있다. 부상 사실을 알고 있어도 "타구단에서 혹시 잘하면" 하는 시기심에서 계약을 강행하거나 타구단 혹은 실업팀과 경쟁 속에 거품이 생긴다. 게다가 성적 올리기에 급급한 고교－대학팀들의 비과학적인 선수관리는 프로야구의 젖줄을 오염시키는 무엇보다 큰 주범으로 지적돼 오고 있다. 입단 한달 뒤부터 부상에 시달린 이 작년 단 1경기도 등판하지 못하자, LG 모관계자는 "4억 신인을 단기간에 판단하지 말라"고 오히려 느긋해 했다. 4억원의 대우가 오히려 엄청난 부담이 되어 꽃망울도 피어보지 못하고 선수생활을 끝낸 은 한국야구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