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애가 중국집 철가방을 빼닮았네
기사입력 1997년 03월 16일 14시 50분
아무리 더운 여름 날일지라도 불난 집에 위로 차 방문할 때는 부채를 들지 말아야 한다.
그야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어서 화재 당한 사람이 화가 날테니까라구?아니다. 불이 흔적도 안 남기고 다 태워 버렸는데 부채질을 좀 한들 어쩔까만 다른 이유가 있다.
화재로 폭싹 망한 사람은 은행대출 등의 `부채'를 얻어 다시 일어서야지 않겠는가. 자칫하면 그 빚(부채)이 평생을 괴롭히기도 할 것이다. 미리 부채를 보면 억장이 무너질 것 아닌가.
잘못 했다고 비는 사과의 경우에나 `사과박스'를 들고 가야 하는데 잘 봐 달라고 빌러 가면서도 `사과박스'를 들고 가니 나중에 큰 문제가 되지.
이렇듯 축하, 격려, 위로, 사과 등의 말이나 행동은 거기에 걸맞은 것이어야지 자칫하면 `뭐 주고 뺨 맞는'불상사가 생기는 수가 있다.
몇가지 예를 들어 드릴터이니 실수가 없으시길 바란다.
신부가 과거 나랑 무슨 일이 있었던 여자라면 그 결혼식에는 가급적 가지 말아야 하지만 청첩장을 받고 갔다고 하자.
그냥 신랑과 악수만 하고 `축하합니다'하면 되지 `고맙습니다！'라 해봐라. 신랑은 김이 팍 새고 말 것이다.
병원에 문병을 갔다.
사들고 간 깡통이나 하나 축내서 아까운 돈을 약간이라도 만회하고 오면 그 뿐이지 괜히 `너무 걱정마. 요즘 관 값이 그리 비싸지 않대.
그리고 내가 아는 장의사에서 관을 세일 한다니까 내가 말해주지'이랬다가는 그 옆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것이다.
신생아실을 다녀 와서 아기 아빠에게 `축하한다'면 됐지 `니도 어쨌든 아비가 된 거야.
야, 내새끼라는 것이 하다 못해 발가락이라도 닮는 법인데 니 애는 넌 물론,니 마누라도 안 닮았더라.
너희 동네 중국집 철가방을 꼭 뺐더라니까'라고 해 봐라 어떻게 되겠는가.
개업을 한 업소에 찾아가서 그 가게가 번창하든 말든 `잘 되기 바란다'는 짧은 한마디면 입안의 침도 절약할 수 있어 좋으련만 `나, 이 아이템으로 판 벌였다가 본전이라도 건진 놈을 아직 못 봤다'라 하면 들고 간 화분으로 머리통을 강타 당하고 말걸.
실연 당한 친구에게 해서는 곤란한 말.
`야, 난 여태 니가 겪은 고통을 그대로 분담했어. 그러나 이번엔 니가 실연을 당했다고 나도 일부러 그럴 수는 없어. 그리고 영숙이를 보고 괘씸한 년이니 하지마.
니를 배신한 영숙이랑 내가 결혼할 것 같단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