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내부의 적 (5)
기사입력 1997년 03월 16일 14시 46분
사자 포철은 우선 그동안 사파리의 변화에 대해 인철에게 보고를 들었다. 그 가운데 가장 놀라운 소식은 천하에 대한 것이었다. 천하 역시 호랑이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던 사실과 퇴원하자마자 백골파 두목 칠성을 박살내고 사자 공화국의 왕이 된 것은 충격적이었다. 포철은 사파리를 둘러보았다. 단풍나무 밑에서 오줌누기로 세력 표시를 하는 천하가 보였다. 아마도 포철이 돌아온 것을 모르는 듯했다. 포철은 한바탕 포효했다. 사자 공화국의 왕이 복귀했다는 선언이었다. 가장 놀란 것은 천하였다. 바위에 오줌을 갈기러 가던 천하는 잔뜩 불쾌한 표정으로 소리가 나는 쪽을 쏘아봤다. 적어도 그런 포효는 왕인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효의 주인공이 포철일 줄이야. 천하는 동물아파트에서 포철의 옆집에 사는 한라를 통해 포철의 근황을 샅샅이 보고 받고 있었다. 부상에서 완쾌한 사실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미처 몰랐다. 천하가 복귀 첫날부터 백골파를 부수는 등 사파리 인수작업을 서두른 것도 포철이 돌아오기 전에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함이었다. 천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왕위를 포철에게 돌려주고 또다시 2인자로 내려앉든지, 아니면 왕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전을 치르든지 2가지 선택밖에 없었다. 포철의 파워가 두렵기는 했지만 사파리에 3마리밖에 없는 암사자를 데리고 놀 수 있는 왕의 특권을 놓치기는 싫었다. 오죽하면 암사자가 없어 암호랑이와 동거를 했던 천하였다. 결론은 쉽게 내려졌다. 정면돌파였다. 마음의 결정을 한 천하는 포철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줌누기를 계속했다. 포철은 천하의 그런 모습을 보자 벌컥 화가 났다. 포철은 사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마침 발정기를 맞은 암사자의 뒤로 가 다짜고짜 몸을 붙였다. 왕만이 할 수 있는 섹스를 함으로써 자신이 왕이라는 시위를 한 셈이다. 이를 본 천하가 갈기털을 휘날리며 달려왔다. 포철 옆에는 인철 강철 드래곤 등 신진파 조직원들이 몰려들었고, 천하 옆에는 한라와 백두가 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