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쓰쿠미의 임시 한국어 학당
기사입력 1997년 03월 14일 14시 25분
"하이, 센세이（예, 선생님）." OB의 쓰쿠미 전지훈련 숙소인 이사미여관 1층 식당에서는 저녁 9시만 되면 어김없이 `사부'를 모시는 깎듯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교코（20） 우로카（20） 나카노（18） 고레타（18） 등 4명의 일본 여성이 그 주인공들. 오직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시간을 쪼개 `임시 한국어학당'에 모인 학생들이다. 한국어학당의 `전임강사'는 일본어가 유창한 운영팀의 홍희섭과장. 홍과장은 작년 플로리다를 제외하고 지난 91년부터 6년동안 스프링캠프를 차린 쓰쿠미에서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지난 11일부터 한글 수업을 시작했다. 1차학기 `수강자'는 먼저 OB와 깊은 인연을 맺은 4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했다.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성장했지만 2년전에는 주근깨 투성이 얼굴로 운동장 식사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고생들이었다. 특히 의 열렬한 팬인 교코는 95년 8월 서울까지 방문했을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다. "가나다라∼"에서부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등 간단한 회화까지 아직 이들의 발음은 서툴지만 눈빛만은 한국어를 배우려는 의욕으로 가득차 똘망똘망하다. 한글 공부에 몰두하다 보면 50분으로 예정된 수업시간이 1시간30분으로 늘어나기 일쑤. 지난 13일에는 이사미여관 주인의 초등학생 아들까지 호기심에 얼굴을 디밀고 `청강생'이 돼버렸다. 인구 2만5천명의 소도시 쓰쿠미시에서는 `가깝고도 먼 나라'로 인식된 한－일 양국의 이질감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