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내부의 적 (4)
기사입력 1997년 03월 14일 14시 19분
사자 공화국은 천하가 이끄는 해골파가 평정한 가운데 안정을 되찾아갔다. 한편 호랑이 공화국은 호랑이 모두가 개인 플레이를 하면서도 호걸을 정점으로 예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자와 호랑이는 한 울타리에 살면서 자주 부딪쳤지만 큰 싸움 없이 그저 `소 닭보듯' 살 만큼 서로를 인정하고 살게 됐다. 그러나 절대적인 힘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동물의 세계에서 영원한 평화란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변화는 사자쪽에서 먼저 일어났다. 천하가 사자 공화국의 왕으로 모든 권력을 완전히 장악할 무렵, 병원에 입원했던 포철이 돌아온 것이다. 포철의 복귀는 사자 공화국에 폭풍을 몰고 왔다. 포철은 누가 뭐래도 사자왕이었다. 천하가 현재 왕위에 있다고 해도 정통성이 없었다. 포철이 왕위를 비운 것은 호랑이와의 4대7 대결에서 싸우다가 쓰러진 것이지 사자에게 밀려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천하는 단지 포철보다 병원에서 조금 먼저 퇴원한 덕분에 권력 공백의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 뿐이었다. 더구나 포철은 그때까지 어떤 사자나 호랑이와 1대1로 맞붙어 한번도 진 적이 없는 사파리 최강자였다. 천하가 그랬던 것처럼 포철도 퇴원하자마자 곧바로 사파리로 돌아오지 않고 간이방사장에서 컨디션을 충분히 회복한 뒤 컴백했다. 포철은 다른 사자보다 조금 늦게 사파리에 출근했다. 여지저기 흩어져 기지개를 켜며 아침 운동을 하던 다른 사자들은 느닷없는 포철의 출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포철이 나타나자 해골파의 눈치를 보느라 한쪽 구석에 있던 동생 인철과 강철, 드래곤 등 신진파 조직원들이 멀리서 알아보고 쏜살같이 달려왔다. 정말 오랜만의 해후였다. 포철도 동생들이 반가웠으나 인철을 비롯한 신진파 식구들은 보스의 복귀에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천하가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칠성이 이끄는 백골파와는 그래도 팽팽한 실력으로 나름대로 영역이 있었지만 해골파가 백골파를 박살낸 뒤로는 완전히 신진파의 옛 명성을 잃어버린 채 비참한 생활을 해온 터였다. 더구나 거의 시체가 되다시피 병원에 실려갔던 포철이 예전 모습을 회복한 것을 보고 더욱 기뻐했다. 사파리는 이제 어쩔 수 없이 한바탕 피바람이 일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