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허장회 8단 ●김동엽 6단
기사입력 1997년 03월 14일 14시 19분
제2보(10∼25)＝백 10 걸침에 흑 11로 뛰어 백 12를 허용한 타당성에 대해서는 전보에서 설명한 바 있다. 여기서 흑은 또다시 손을 빼 13으로 걸쳐갔고 백도 14로 챙겨 쌍방 `나의 길을 가련다'의 식으로 진행됐다.
이렇듯 상대의 응수를 철저히 무시(?)한 진행의 속사정은 사실 백 보다는 흑 쪽에 그 원인이 있었다.
즉 백 12에 상식적으로는 흑 1．3으로 받는 것이 정수.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백 4까지 되고 보면 흑 ▲가 어정쩡한 위치에 놓여있는 꼴이 된다. 즉 흑 ▲의 효율적인 면을 고려해서도 흑으로선 내키지 않는 진행.
따라서 흑은 13에 일단 걸쳐가 백의 응수를 물었다. 백 1로 받아주면 그땐 흑 2．4．6으로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뜻. 백도 이것을 간파하고 14로 한 수 더 들여 안정했는데 실리면에서도 큰 곳이다.
흑은 이제 15로 씌워 우변 백 두점에 대한 공격의 포문을 연다. 백 16이 당연할 때 곧바로 흑 ．17．19로 백의 근거를 흔들고 나왔는데 이것은 어땠을까. 국후 김 6단은 "성급했다. 그냥 `가'에 지켜두는 것이 유연했다"고 말했다.
즉 흑 `가'면 백은 이제 흑 17．19를 예방하기 위해 `나'로 보강해야하며 그때 흑은 자연스레 `다' 뻗어두어 두터웠다는 것.
그러나 흑 17．19는 백의 근거를 빼앗을 뿐만 아니라 백 △도 취한 만큼 그 수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작 문제의 수로 떠오른 것은 백 20으로 붙여 모양을 갖추고자 했을 때 손따라 둔 흑 21.
그냥 `다'에 뻗어둘 자리. 그것에 대해서는 다음 보에 설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