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태] 만나는 사람마다 '녹차 전도'
기사입력 1997년 03월 13일 14시 48분
"컵라면에 끓는 물을 부을 때 녹차 티백 2개를 함께 넣어보세요. 라면 특유의 느끼한 맛이 사라지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태평양 건강사업부 김종태（37）마케팅실장은 `녹차 전도사'다. 만나는 사람마다 `건강을 위해 녹차를 많이 마시라'고 설득한다. 아직까지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은 실정에서 김실장은 녹차의 생활화를 위해 `녹차 활용법'을 개발하느라 갖은 실험을 하고 있다. "돼지고기나 쇠고기, 생선 요리를 할 때 녹차 잎을 넣거나 찻물에 담가두면 노린내와 비린내 등 나쁜 냄새를 없앨 수 있습니다. 특히 비린내가 심한 등푸른 생선을 구울 때 찻잎을 갈아 뿌리면 맛있는 생선구이가 됩니다." 또 차 가루를 우유에 섞어 인절미와 함께 마시면 우유를 싫어하는 사람도 아침 식사 대용으로 할 수 있다고. `차볶음밥' `차 스파게티' `녹차 오이소박이' `녹차 돼지고기 샤브샤브' `찻잎 나물무침' `녹차 스프' 등도 김실장의 추천메뉴. 소주와 녹차, 얼음을 같은 비율로 섞어 마시면 녹차의 풍부한 비타민C 때문에 숙취가 제거되며 알코올도 빨리 분해된다는 것. 또 소주에 녹차티백 1∼2개를 넣고 3∼4분 동안 우려낸 뒤 마시면 맛도 좋고, 숙취도 덜하단다. "녹차는 냄새를 없애는 작용도 합니다. 페인트칠을 새로 해 냄새가 가시지 않을 때 녹차를 프라이팬에 태워 2∼3시간 동안 연기가 퍼지게 하면 냄새가 사라집니다." 찻잎을 말려 냉장고나 신발에 넣어두면 김치 냄새와 발 냄새가 없어지고, 베개를 만들면 숙면을 할 수 있어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고. "녹차는 원래 약초였습니다. 차（茶）의 한자를 풀면 열십자（十） 2개 밑에 팔 십 팔이 있습니다. 합치면 108이 되죠. 중국에서 108세를 차수（茶壽）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강원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83년 태평양에 입사한 김실장은 녹차를 싫어했으나 차의 본고장 스리랑카, 대만, 중국 등지에서 연수하면서 녹차에 매료돼 `차와 건강' `차 이야기' `차의 과학과 문화' 등 책을 쓴 `차박사'로 탈바꿈했다. "코카서스 지방을 비롯한 세계 장수마을은 모두 녹차가 많이 나고 또 마시는 마을입니다." 김실장에게 녹차는 직업을 떠나 `종교'가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