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 얼음판의 신데렐라
기사입력 1997년 03월 13일 14시 45분
`빙상의 신데렐라.'
한국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독보적인 존재인 박정은（21．2）이 닉네임에 걸맞게 스포츠조선이 선정한 제3회 체육대상에서 여자부 신인상을 받게 됐다.
박정은은 지난 1월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한국 빙상사상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5,0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장본인.
그러나 그녀는 국가대표이면서도 일반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다.
천희주（） 등 각종 국제대회서 정상급에 오르는 단거리 스프린터들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을 뿐 전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장거리 선수들에게는 무관심했기 때문.
그러나 박정은은 이러한 `춥고 쓸쓸함'을 극복하고 97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쾌거를 일궈냈다.
동메달이었지만 그 의미는 천희주의 금메달만큼이나 값진 것이었다.
1m67, 61㎏으로 장거리주자로는 체격이 왜소한 박정은이 빙판에 처음 선 것은 숭의초등 1학년 때.
어릴 때부터 장거리를 타기 시작한 그녀는 5학년 때 5,000m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우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듬해에는 세계주니어기록까지 깨 국내 빙상계를 발칵 뒤집어 놓으며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혔지만 이도 잠깐.
세계수준과 거리가 먼 장거리를 외면하는 국내 풍토에서 버티지를 못하고 외도를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태극마크를 반환한 배화여고 1년 때 쇼트트랙으로 주종목을 바꾼 것.
그러나 다리 인대를 다치는 바람에 쇼트트랙에서도 빛을 보지 못한 그녀는 그동안 잠깐잠깐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 출전하다 지난해 5월 동계유니버시아드를 위해 아예 원위치로 돌아왔다.
박정은은 "다시 스피드로 돌아온 보람이 있다"면서 "큰상을 받았으니 그만큼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