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두뇌전쟁 (7)
기사입력 1997년 03월 13일 14시 38분
해묵은 지역감정은 두 야당총재를 중심으로 또다시 번져갔다. "대구는 자존심도 없냐, DJ를 대통령으로 밀게." "충청권을 또 핫바지로 만들 셈이냐, JP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DJ가 누구냐, 이번 아니면 끝이다." 의 `국민회의+자민련+TK'론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어느 기둥도 선뜻 발을 빼지는 못하고 있었다. 발을 빼는 순간 모두가 공멸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복안을 충분히 수립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3개 지역의 지역감정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절대 손쉬운 작업이 아니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각제를 하는 것이다. 권력이 한곳으로 집중되는 것이 아니다. 권력은 분산된다. 그리고 그 비중도 같다." 그는 공동집권론을 다시 깃발로 내걸었다. 그가 주장하는 공동 집권론은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5대 대선에서 당장 내각제로 전환하자는 것은 아니다. 은 먼저 광주 특강에서 자신의 복안을 설명했다. "나의 구상은 공동집권론이다. 15대 대선에서 먼저 이나 총재가 대통령이 되면 당선직후 2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2년 후에는 의원 선거가 있다. 의원 선거후 헌법을 고쳐 내각제로 바꾼다. 양김 가운데 총리직을 맡던 어른이 내각제 후 수상이나 총리로 실질적인 국정운영을 맡는다. 그리고 내각제에서 강력한 힘을 갖는 TK쪽에서 을 맡아 수상과 함께 국정운영에 참여한다. 이로써 모두 국정운영의 책임을 맡는 실질적인 국가 수반의 길을 트는 것이다."
이리하여 영－호남의 해묵은 지역감정은 사라지고 21세기를 대비한, 그리고 통일을 준비하는 합리적인 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이것이 소위 `공동집권론'이며 `대통령제에서 내각제로' 연착륙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충청권은 물론 호남권 TK도 불만이 있을 수 없으며 여기까지 가기에는 상당한 인내와 먼 장래를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우리는 야당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때 어떤 사태가 오는지를 직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야당분열은 곧 모두의 실패며 좌절이며 끝장입니다. 하지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전 대통령의 말처럼 어려움을 딛고 통합의 길을 걷는다면 우리는 분명히 수평적 정권교체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지역감정을 앞세워 야권분열을 꾀하려던 여권에 의 공동집권론은 다시 큰 걸림돌이 되었다. 누구에게도 어느 지역에도 이 방법은 가장 합리적이다. 그리고 은 여론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