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제] 저 철들었죠
기사입력 1997년 03월 12일 15시 06분
"이제 저도 철이 들었습니다."
11일 부산 사직실내수영장에서 벌어진 제52회 회장기 전국수영대회 평영 50m에서 두번이나 한국최고기록을 갈아치운 조광제（경남체고 2년）가 기록갱신을 위해 새출발을 다짐했다.
구속을 거부하는 강한 개성과 평범한 일상을 싫어해 지난해 11월 대표선수에 선발되고도 태릉선수촌 입촌을 거부하고 촌외훈련을 해 `방랑물개'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조광제.
그러나 그는 "그동안 부모님을 비롯한 주윗분들에게 걱정만 끼쳐드린 것 같다"며 "한달 전부터 마음을 고쳐잡고 하루 5천m씩 스타트를 중심으로 평영 50m와 100m에 대한 맹훈련을 해왔다"고 말했다.
평영 50m 예선에서 29초24를 마크, 지난해 이 대회서 자신이 세운 29초60의 기록을 깨며 올시즌 한국신기록 제1호에 등록한 그는 "경기전 컨디션이 최상이었고 물에 들어가는 순간 신기록의 감이 와 스트로크를 짧게 끌어당기는 영법으로
최고의 스피드를 냈다"며 경기 결과에 만족해 했다.
더욱이 조광제는 몸을 가볍게 하려고 점심을 밥대신 라면으로 때우고 또 물갈퀴의 효과를 내기 위해 `비장의 무기'로 왼손 넷째와 다섯째 손톱을 1㎝ 정도 길렀다고 천연덕스럽게 고백했다.
조광제의 다음 목표는 접영 100m 한국최고기록.
그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선수촌에 입촌한 뒤 훈련에만 몰입해 오는 5월 부산에서 벌어지는 동아시아게임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세계기록을 깨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뒤늦게 깨달은 `돌아온 탕아' 조광제의 두눈은 이제부터 펼쳐질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했다.